감사원에 대한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의 ‘운영쇄신 TF’를 놓고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TF는 감사원이 “그동안 제기됐던 대내외 비판과 문제 제기를 돌아보고 바로잡겠다”며 지난달 중순 출범시킨 조직이다. 그러나 출범 때부터 ‘적폐 청산 시즌2’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여야 충돌의 도화선이 됐다.
야당은 “전 정부 감사원장인 본인이 한 감사를 스스로 뒤집겠다는 것이냐”며 최재해 감사원장을 몰아붙였다. 반면에 여당은 “늦었지만 잘하는 일”이라고 옹호했다. 최 감사원장은 “감사 결과 뒤집기가 아니라 감사 과정에서 있었던 의혹들을 한번 짚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사무총장을 지낸 유병호 감사위원은 “TF 구성 근거, 절차, 활동 내용 전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정권 교체를 맞아 내부 갈등과 정치 공방의 한복판에 선 모습이다. 정치적 독립성 위에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공직을 감시한다는 본연의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감사원은 운영쇄신 TF의 주요 임무를 “언론·국회 등이 지속해서 비판해 온 감사 사항뿐 아니라 감사 운영 전반을 점검해 쇄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정상우 사무총장은 TF 출범 때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감사 운영상 문제점을 규명하고,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그 대상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했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비위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국가 통계 조작 의혹 등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위가 있었다고 결론 낸 사건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감사의 감사’는 정치 보복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독립성이 또다시 시험에 든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제 “감사원의 회계 감사권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권력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은 이재명 정부 개헌 논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감사원 개혁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담보할지는 미지수다. 여야가 서로 감사원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한 감사원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국민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정부의 대응 부실을 추궁하던 감사원의 모습을 기억한다.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을 위해서라도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감사원 원훈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