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민경 기자] 패션 매거진 W코리아(W Korea) 가 주최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 가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행사 본래의 취지였던 유방암 인식 제고보다 화려한 파티와 셀럽들의 ‘드레스업 쇼케이스’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W코리아가 20년째 이어온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으로, 갈라 디너와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매년 수십 명의 스타들이 참석하며 사회적 관심을 높여온 행사지만, 올해는 정작 유방암과 관련된 언급이나 퍼포먼스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폭발했다.
특히 박재범의 축하 무대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2015년 발매곡 ‘몸매’ 를 열창했는데, 해당 곡은 여성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풍만한 가슴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대중은 “유방암 인식 캠페인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유방암 환자는 “참석자들이 유방암의 ‘ㅇ’자라도 검색해봤을지 의문이다. 환자들에게는 조롱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차라리 유방암이라는 단어를 떼고 그냥 20주년 기념 파티를 하라. 가족을 유방암으로 떠나보낸 입장에서 술판과 ‘몸매’ 무대는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비판했다.
행사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의 대표적 유방암 자선행사나 뉴욕의 멧 갈라(Met Gala)는 화려한 셀럽 파티이긴 하지만, 그 기부금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한다. 반면 W코리아의 ‘Love Your W’는 20년간 누적 기부금이 11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안겼다. 관계자들 역시 “0이 하나 빠진 게 아니냐”며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사진]OSEN DB.
또한 핑크 리본이나 핑크 드레스 코드 등 캠페인의 상징이 현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부 목적보다 브랜드 협찬과 셀럽 마케팅 중심의 ‘패션 행사’로 변질됐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
비판 여론은 행사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회의로 번지고 있다. “유방암 인식 향상”이라는 간판 아래 개최됐지만, 정작 본질적 메시지는 사라지고 브랜드 홍보와 스타 마케팅만 남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유방암이라는 명목을 빼고 20주년 기념 패션 갈라로 방향을 잡았다면 이런 비판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혹은 매거진과의 관계 유지 차원에서 초대받아 무페이로 참석한다. 거마비도 없다”라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받고 참여한 이들까지 비판받는 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사진]OSEN DB.
논란이 커지자 박재범은 하루 뒤인 16일 SNS를 통해 “정식 유방암 캠페인 이벤트가 끝나고 뒤풀이 파티 무대였기에 평소처럼 공연을 했다”며 “암 환자분들 중 불쾌했거나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부상에도 무페이로 공연을 준비한 것이니 좋은 마음을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주최 측인 W코리아는 공식 사과 없이 ‘답변 불가’ 입장만을 내놓았다. 행사 직후 공식 SNS에 올렸던 박재범의 무대 영상도 조용히 삭제했을 뿐, 논란의 본질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행사의 기획 의도와 운영 방식에 있다. 좋은 취지에서 참여한 연예인들까지 논란의 불똥이 튀는 만큼, 주최 측이 명확한 입장을 내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