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북한산 집속탄을 장착한 소형 드론을 사용한 사실이 파악됐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수 지원 범위를 포탄·탄도미사일을 넘어 첨단 무기 개조 기술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 CAR)는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에서 수거된 러시아 소형 드론에 북한제 집속탄이 장착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드론은 지난 9월 23일 현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CAR 조사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분석한 결과다.
CAR 조사 결과, 2000년에 제조된 북한산 집속탄이 3D 프린터로 제작된 부품과 전자기폭 장치를 통해 드론용 탄두로 개조돼 있었다. 조사팀의 다미앵 스플리터스 연구원은 “이 폭탄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이 사용한 M42형 집속탄(DPICM)의 모방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여러 개의 자탄(子彈)을 살포해 넓은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지만, 불발률이 높아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위험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스플리터스 연구원은 “3D 프린팅 부품과 정교한 전자기폭 장치가 쓰인 것은 단순 현장 개조 수준이 아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개량 시도를 보여준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단순한 포탄 지원을 넘어 무기 개조 기술까지 이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NYT는 “러시아의 FPV(일인칭 시점) 드론에 북한제 자탄이 탑재된 것은 처음 확인된 사례”라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병력은 줄였지만 러시아로의 탄약 공급 종류는 오히려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일부 드론 기체를 자체 제작하고 있지만, 카메라·전자부품 등 핵심 부품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북한 방위산업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직접 연결된 구체적 증거”라고 평가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1만5000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에 순차 파견하고, 포탄·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공급해왔다. 그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 지원을 받아 자국 전력 현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공세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