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기사들에게 단지 내 출입 시 헬멧을 벗어달라는 협조문을 게시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아파트 측은 "얼굴을 가린 채 출입할 경우 입주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배달기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반발했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잠실 아파트, 배달기사들은 헬멧 벗고 다니라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 부착된 것으로 보이는 협조요청문도 함께 게시했다.
협조문에는 "최근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 이용자가 헬멧을 착용하고 아파트 내·외부를 출입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입주민들의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아파트 출입 시에는 헬멧 등 얼굴을 가리는 장비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협조문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명의로 작성됐으며 "입주민의 안전한 주거 환경을 위한 요청이니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헬멧은 운전할 때 안전하라고 쓰는 것이니 내리면 벗는 게 당연하다", "나도 엘리베이터에서 헬멧 쓴 기사 보고 흠칫 놀란 적 있다", "헬멧 벗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귀찮아서 안 벗는 건 배려 부족"이라며 아파트 측 입장에 공감했다.
반면 배달기사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들은 "시간에 쫓기는 배달기사들에게 매번 헬멧을 벗으라는 건 비현실적", "그런 논리면 마스크도 금지해야 하나", "얼굴 가린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이 더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다. 일부 배달기사들은 "헬멧을 벗을 테니 앞으로는 전부 1층에서 물건을 받아달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