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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협상 막바지 진통…윈윈 타협의 길 찾아야

중앙일보

2025.10.17 08:24 2025.10.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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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상단 워싱턴 총출동해 타결 모색



이 와중에 중국은 ‘마스가’ 핵심기업 제재



미·중 의존 수출·공급망 다변화 서둘러야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협상단은 워싱턴으로 총출동해 두 달 넘게 교착된 협상의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우려해온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및 집행 방식, 통화 스와프 체결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양측은 어제(17일) 밀고 당기기를 했다. 회의 후 김용범 실장은 “두 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했다”고만 답했다. 협상 타결 여부는 3500억 달러 ‘선불’ 주장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의 한화오션 자회사 5곳 제재에 대해 “미국 조선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미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무책임한 시도”라며 “우리는 한국과 단호히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 성명대로 한·미는 중국의 제재에 맞서 공동보조를 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이젠 관세 후속 협상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과 맞물려 세계 무역질서의 ‘뉴노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 착수에서 볼 수 있듯, 미·중 무역 전쟁의 전선은 단지 양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으로 확대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38%(중국 24.5%, 미국 13.1%)를 미·중에 의존하는 한국은 이런 무역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핵심 기업인 한화오션을 겨냥한 것은 미국에 협조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고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에서는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포함된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중국의 추가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관세·투자 압박,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제재 위협 사이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타임지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계 질서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할 것이지만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 때 일본의 대응 방식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에는 공급망 다변화로 맞섰다. 결국 중국은 제재를 서서히 풀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한·중 관계 관리를 위해 한·미 동맹 강화가 ‘중국 견제’가 아니라 ‘북핵 대응’이라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동시에 향후 예상되는 중국발 제재에 대비해 수출 및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제재 이후 호주·베트남 광산 지분 확보와 폐기물 재활용 등을 희토류 대중 의존도를 90% 수준에서 올해 50% 이하로 낮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장기적으로 아세안(ASEAN) 및 유럽 수출 비중을 확대해 미·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9개월간 공석이던 주중대사 자리에 노재헌 신임 대사가 부임한 것은 시의적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중국과의 실용 협력 공간을 넓혀가는 데 그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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