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외곽의 한 해안가 공원 일대가 동아시아 희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솔개공원이 그곳이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조류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위급종으로 지정된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희귀한 국제 보호조류들이 잇따라 관찰되고 있다.
━
8종 20마리 멸종위기 조류 관찰
18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8월과 9월 솔개공원 일원에서 8종 20마리의 멸종위기 및 국제보호조류가 관찰됐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지난달 7일 자연환경해설사 이성남씨가 촬영한 넓적부리도요다. 전 세계에 200여 마리만 남은 희귀종으로, 국내에서는 2016년 울산 북구 강동해변에서 인공 부화 개체가 발견된 이후 9년 만의 관찰 사례다. 이번에 발견된 넓적부리도요는 양쪽 발목에 표식(밴딩)이 달린 상태였다. 표식에 적힌 숫자나 영어 이니셜로 어느 나라에서, 언제 인공 부화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지난해 간절곶 일대에서 발견됐던 노랑부리백로(멸종위기1급) 어린 개체가 솔개공원 일대에 해안을 오가며 머무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붉은어깨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 위기종이 다수 포착됐다.
이 기간 조류 동호회 '짹짹휴게소'의 박상윤 씨는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2급)가 비상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같은 동호회 이승현(제일고 1학년) 군은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작은도요'를 발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31일에는 새 통신원 조현표·조우진(월계초 5학년) 군이 솔개공원 갯바위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2급인 '매'가 '꼬까도요'를 사냥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 밖에 노랑발도요, 중부리도요, 좀도요, 깝작도요 등 철새들의 이동 장면이 연이어 포착됐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솔개공원 갯바위, 간절곶 해안은 번식지와 월동지로 이동하는 넓적부리도요, 작은도요 등 국내외로 보호해야 할 새들이 찾아와 에너지를 보충하는 곳으로 확인됐다"라며 "풍부한 먹이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간 기착지로, 종과 개체 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민 관찰자와 조류 동호인의 꾸준한 기록 덕분에 국제 보호조류의 도래 사실이 확인됐다"며 "생태 거점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울산시는 희귀 조류의 잇따른 출현이 지역 생태환경 개선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 '죽음의 강'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됐던 울산 태화강은 2004년 '생태도시 울산' 선언 이후 지속적인 복원 사업을 통해 맑은 물과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했다. 매년 3월이면 황어가 돌아오고, 8월~9월에는 철새가 모여드는 등 도심 생태계의 회복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