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실내 동물원 지하에 갇혀 지내다 구조된 백사자 부부가 낳은 아기 백사자 남매가 오는 25일 대중에 첫 공개된다.
16일 대구 달성군 네이처파크 측은 “아기 백사자 ‘루카’와 ‘루나’가 잘 자라고 있다”며 “당초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대중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핼러윈을 맞아 관람객들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아기 백사자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9일간 네이처파크 잔디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
아기 백사자들은 7년간 대구 수성구의 실내 동물원 지하에 갇혀 지냈던 백사자 암컷 ‘레아’와 수컷 ‘레오’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다. 레아와 레오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유리로 가로막힌 8㎡(2.5평) 지하 실내 사육장에서만 지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당 동물원 운영회사는 경영난을 거듭했고, 동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뼈만 남았다는 신고가 속출했다. 결국 해당 회사는 2023년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은 동물을 압류해 강제집행(경매 매각)을 진행했으나 한 차례 유찰됐다. 이때 나선 게 네이처파크다.
네이처파크 측은 “위급한 상황인 만큼 금액 조율 과정 등을 생략하고 빠르게 매입을 결정했다”며 지난해 5월 324마리를 1억3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지난해 6월 17일 백사자 부부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486㎡(150평) 규모 야외방사장으로 옮겨졌다. 제대로 먹이를 먹지 못해 시력을 잃은 호저 등 다른 동물도 네이처파크로 순차적으로 이주했다.
이후 네이처파크 사육사가 정성껏 돌본 덕분에 백사자 부부는 건강을 되찾았고, 지난 8월 18일 오후 1시 아기 사자 3마리를 출산했다. 첫째 수컷 사자 루카는 1.6㎏, 둘째 암컷 사자 루나는 1㎏으로 태어나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약하게 태어난 막내 루시는 안타깝게도 1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모성 본능을 잃은 어미 레아는 남은 남매를 품으려 하지 않았고, 사육사들이 인공 포육(새끼를 먹여 기름)을 해왔다. 앞서 2022년, 2023년에도 백사자 부부는 대구 실내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폐사했다.
백사자 부부의 근황을 궁금해해 온 관람객들은 아기 사자가 태어나고, 오는 25일 공개된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네이처파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25일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기대된다” “아기 사자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준비 중이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리고 있다.
손인재 네이처파크 사육팀장은 “정성껏 돌본 덕분에 아기 사자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며 “두 살쯤 되면 부모와 합사를 시도하는 사회성 훈련을 거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