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 빠진 환자를 상담한 적이 있어요. 그날 집에 가서 저도 TV를 틀어봤죠. 도대체 왜 홈쇼핑에 돈을 썼나 궁금해서요.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대형 TV를 사버렸습니다. 아내에게 등짝을 맞았죠.
‘행동 중독’의 대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59) 교수에게 충동 구매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자신도 즉흥적으로 물건을 산 적이 많다고 털어놨는데요. 이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 역시 이런 소비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구매하고 후회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쇼파에 누워 버튼만 몇 개 누르면 어떤 물건이든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는 행위가 쉬워진 만큼, 사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배달음식이 있습니다. 떡볶이, 치킨, 피자, 마라탕처럼 자극적인 음식이 떠올라 배달앱을 켜지만, 음식이 오는 동안 후회하고 먹고 나서 치울 생각에 우울해지기까지 합니다. 최근 이런 현상을 두고
‘슬픈 배달음식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는데요.
김 교수는 이 증후군에 대해 “실제 병적 증후는 아니지만, 뇌 과학적으로 꽤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기대할 때 뇌의 보상회로가 강하게 활성화되지만, 막상 만족스러운 상태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 것일까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5~10분 내로 빨리 꺼지기 때문입니다.
배달앱의 화려한 음식 사진들을 보면서 메뉴를 고를 때 도파민이 나오는데요. 문제는 배달이 오는 동안 도파민이 꺼지면서 안 좋은 감정이 몰려온다는 겁니다. 음식을 먹으면 또 도파민이 나오지만 몇 입 먹으면 다 사라집니다. 결국 포만감은 느끼지 못한 채, 남은 음식과 배달 쓰레기를 보면서 우울해하는 거죠. 김 교수는 “애초에 먹고 싶어서 시킨 게 아니라, 배달을 시키는 행위가 좋았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배달을 시키는 행위도 중독이 될까요? 김 교수는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배달 중독인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집밥은 괜찮은데, 유독 배달 음식만 후회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쇼핑 중독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물건을 사는 심리는? 택배는 뜯어보지도 않고, 바로 환불하는 사람도 많다는데요. 충동 구매를 막는 과학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 내 소비 패턴은 어떤지, 과도한 소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소비 중독 체크리스트’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