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한국보다 곰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프로레슬러 심판이 곰의 공격을 받아서 사망했다.
일본 매체 ‘도쿄 스포츠’는 지난 17일(한국시간) “60세의 사사자키 카츠미가 근무 중 곰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 사사자키가 근무 중이던 온천 여관의 노천탕을 청소하던 도중 발생했다.
매체에 따르면 여관 직원은 노천탕 주변에서 혈흔과 곰의 털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하고 즉시 신고했다. 실종된 사사자키는 다음날 오전 9시경, 노천탕에서 북서쪽으로 약 50m 떨어진 숲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주변엔 곰의 발자국과 공격 흔적이 뚜렷했다.
사사자키는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한 인물이다. 전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을 비롯해 ZERO1, 토치기 프로레슬링, 마리골드 등 수많은 단체에서 심판으로 활약하며 “정의로운 레프리”로 불렸다. 냉정하고 정확한 판정,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배려로 많은 팬과 동료들의 신뢰를 얻었다.
2011년에는 NWA 인터내셔널 라이트 태그 팀 챔피언십 심판 배정을 직접 요청하는 서신을 본부에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승패를 넘어 ‘공정한 경기’를 최우선으로 여겼던 그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레슬링 링 밖에서도 그는 지도자이자 경영자로 변신했다. 2015년에는 ZERO1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퍼스트온스테이지의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2018년에는 후속 법인 드림온스테이지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발전을 위해 직접 현장을 지휘하며 일본 인디 프로레슬링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링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2월, 가족과 함께 이와테현 키타카미시로 이주한 뒤 온천 여관에서 근무하며 여전히 레슬링 관련 업무를 병행했다. 링에서 쌓은 성실함과 책임감은 그의 일상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 성실한 일상이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레슬링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전녀에서 호흡을 맞춘 마리골드의 대표 로시 오가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온천 시설에서 곰에게 공격당해 실종되었던 사사자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의 마지막 심판 활동은 마리골드의 링에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오가와 대표는 “전일본 여자 프로레슬링 시절부터 함께한 그는 말수가 적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아직 어린 두 딸을 둔 가장이기도 했다. 이번 주 신키바 대회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결국 작별의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며 슬픔을 전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일본 내에서 최근 곰의 공격 및 출몰이 잦아지며 인명 피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4년 기준 일본 환경부 통계 등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곰에 물리거나 긁히는 피해를 입은 사람은 200명 이상이며, 사망 사례도 여러 건 보고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2024년에는 219건의 곰 출몰 또는 공격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 중 최소 6건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본 군마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곰이 매장 내부로 침입해 고객 두 명이 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곰의 먹이 부족, 기후 변화로 인한 행동 변화, 인구 감소로 인한 야생지와 인간 거주지의 경계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곰과 인간의 충돌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른다.
한편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곰 출몰이 적은 한국이지만 반달곰 복원사업으로 인해서 지리산의 반달곰 개체수가 90마리에서 100마리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달곰 복원사업 이후 지난 2012년부터 민가습격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의 불곰 관련 사건에 주목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