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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마다 대장정'…하이든 심포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하는 서초오케스트라

중앙일보

2025.10.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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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훈 서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 서초오케스트라 제공
하는 연주마다 ‘대형 프로젝트’다. 6년 간 이어온 하이든 교향곡 전곡(107곡) 완주를 앞두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27곡) 시리즈를 시작하는 서초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Seocho Philharmonia Orchestra·이하 서초오케스트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초오케스트라는 오는 21일 서울 반포동 반포심산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이경숙, 최지안, 한우리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번, 26번을 각각 무대에 올린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 8월까지 총 9번에 걸쳐 27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국내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이 연주되는 건 2001~2004년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연주 이후 두 번째다.

또 다른 대장정을 시작한 배종훈 예술감독 겸 지휘자(62)를 18일 오전 서초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배 감독은 2016년 서초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후 초대 예술감독이자 지휘자로 재직하며 국내에선 하이든 시리즈, 해외에선 6·25 참전국(22곳) 순회 공연, 뉴욕 카네기홀의 ‘한국전쟁 정전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콘서트’(2023년) 등을 이끌었다. 배 감독은 모차르트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하이든 시리즈와 쌍벽을 이룰 다른 레퍼토리를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내리게 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큰 두 축이 교향곡과 협주곡이잖아요. 클래식의 교향곡 형식, 구조를 완성한 하이든의 곡들을 연주하며 협주곡 분야엔 그런 작곡가가 없을까 고민했죠. 마침 모 장학재단의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이경숙 선생님께 같은 질문을 여쭸더니 망설임 없이 ‘모차르트’라고 하시더군요. 100곡 넘는 하이든 교향곡을 연주하다보니, 27곡쯤은 거뜬할 거란 용기도 생겼고요.(웃음)”

배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준 이경숙 피아니스트는 그와 함께 이번 시리즈에 참여하는 25명의 협연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944년생의 이경숙은 한국 최초로 베토벤, 모차르트,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전곡을 완주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초대 원장을 지냈다. 이른 바 ‘한국 피아니스트계의 대모’로 불리는 이경숙에 대해 배 감독은 “80살이 넘어도 모차르트를 한 음도 틀리지 않고 칠 수 있는 연주자”라고 극찬했다.
원격 레슨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경숙 서울사이버대 석좌교수. 중앙포토

예정대로라면 서초오케스트라는 내년 7월엔 하이든 교향곡을, 8월엔 모차르트 협주곡 시리즈를 모두 마친다. 배 감독은 하이든 시리즈에 대해 “연주를 시작한 2020년 당시 신생 단체였던 서초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알릴 수밖에 없게 한’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하이든 교향곡 전곡은 음반은 1972년 도라티 언털이 지휘한 ‘필하모니아 훙가리카’의 전집이 최초였고, 그 뒤로도 네 개의 전집만이 나왔다. 서초오케스트라의 하이든 연주는 세계적인 음반사 낙소스가 녹음, 판매할 예정이다.

배 감독은 하이든 교향곡 완주에 대해 “단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기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공연이 취소됐을 때 시작한 일입니다. 가장 걱정한 건 관중도 아닌, 단원들의 매너리즘이었어요. 7년 동안 한 작곡가의 음악만 연주한다는 게 얼마나 지루한 일입니까. 실제로 단원 서너 명은 힘들다고 중도에 그만두기도 했어요. 다행히 나머지들은 ‘이 어려운 걸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듯 했어요. 사실 하이든 교향곡은 연달아 연주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꽤 많은 교향곡이 비슷한 듯 다르기 때문이죠. 푸치니의 오페라도 암보해 지휘했던 저조차도 하이든은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상주 예술단으로 서초오케스트라를 위촉한 서초구청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서초오케스트라의 조력자다. 시·도 단위가 아닌 기초자치단체에서 상주 예술단을 두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는 KBS교향악단에게도 없는 전용 홀이 있어요. 서초구에서 38억원을 들여서 노래방 교실, 복싱 경기를 열던 강당을 무대로 바꿔줬죠. 오케스트라 사무실과 행정 인력 지원도 서초구에서 해줍니다. 덕분에 정기연주 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죠. 우리 오케스트라 역시 매년 서초구의 축제인 서리풀뮤직페스티벌의 메인 연주 단체로도 활약하고, 다양한 원정 공연료도 벌고 있으니 ‘윈윈’인 셈입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서리풀뮤직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서 성악가 조수미와 협연 중인 서초오케스트라. 서초아트센터 제공

매번 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는 서초오케스트라의 다음 행보는 뭘까. “우선은 베토벤부터 리게티까지 클래식 음악사의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차례로 연주하고 싶어요. 다양한 현대음악 연주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유스오케스트라 창단도 계획하고 있어요. 제 힘이 닿는 데 까지 ‘참 별난 오케스트라’라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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