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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돌아온 '빨간바지' 김세영 LPGA 5년만에 우승

중앙일보

2025.10.18 23:54 2025.10.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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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뉴시스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김세영은 최종라운드 5언더파 67타, 최종합계 24언더파로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에 4타 차로 압승했다.

김세영은 역전의 여왕으로 이름이 높았다. 스무 살이던 2013년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에서 유소연에 5타 뒤지다 이글과 홀인원 등을 천둥처럼 몰아치며 역전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34만5000달러(약 4억9100만원)이다.

2015년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칩샷을 홀에 넣어 살아나더니 연장전에서 샷이글로 박인비를 뒤집었다. 2018년 7월 손베리 클래식에서는 31언더파 257타를 기록하면서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 및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김세영은 2020년까지 LPGA 투어에서 12승을 했다. 김세영이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오면 선두권 선수들이 떨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5년간 우승에서 멀어져 있었다. 지금 김세영은 서른두 살이다. 샷거리가 예전만 못하다. 최종라운드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오지만 더 이상 폭풍처럼 몰아치던 역전의 여왕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런 막판 폭발력은 필요도 없었다. 첫날 10언더파를 치며 선두에 올라,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안정적인 경기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4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김세영은 4번 홀을 지나면서 한 타 차로 쫓겼다. 그러나 5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 다시 4타 차로 도망갔다.

선수들은 북서풍에 짧은 퍼트를 앞에 두고 벌벌 떨었다. 그러나 김세영은 마지막 날 짧은 퍼트 실수가 거의 없었다. 가장 어려운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6타 차로 벌리면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김세영은 이 대회에서 이글 2, 버디 26, 보기 6개를 기록했다.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 씨는 "겉모습과 달리 예민한 성격이라 코로나 셧다운 시기에 우울해했고, 이후 성적도 부진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제야 골프가 뭔지 알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김세영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경험을 살리되 루키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남 땅끝마을에 위치한 파인비치 골프장에는 이날 약 3만 명의 관중이 몰렸다. 특히 김세영이 속한 챔피언 조에는 갤러리가 빼곡히 들어차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영암에서 태어났고, 외가가 무안인 김세영은 "고향 분들의 응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아림과 셸린 부티에(프랑스)가 18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노예림과 해나 그린(호주)은 17언더파 공동 5위, 안나린·최혜진·린디 덩컨(미국)은 16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다. 윤이나는 12언더파로 공동 24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끝난 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에서는 최승빈이 16언더파로 우승했다.

해남=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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