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최종 합계 24언더파로 2위 하타오카 나사를 4타 차로 따돌렸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27번째 우승자다. 소감은.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상위 10명 정도가 우승을 나눠 가졌는데, 이제는 PGA 투어처럼 선수층이 두꺼워졌고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나다."
-친척들이 많이 왔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걸 꿈꿨는데 그 꿈을 이루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 한국 팬들에게 좋은 기운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
-1번 홀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고 3번 홀에서 3퍼트 보기를 했다. 긴장했나.
"오랜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라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긴장됐다. 우승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도 들었다. 1타 차까지 따라온 예리미가 공격적으로 경기해서 나도 공격적으로 가자고 마음먹은 게 통했다."
-이번 대회 5번 홀까지는 4라운드 합쳐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지면 무슨 창피인가 싶었다. 갤러리에게 혼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초반에 긴장한 것 같다. 그런 상태에서 극적인 힘을 발휘했다."
-동료들이 샴페인을 부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전인지가 한 모금 마시라고 해서 마셨더니 살짝 알딸딸하다. 동네 분들, 친구들, 가족, 친구 가족들 모두 오셨다. 친척들 목소리가 제일 컸다.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돼서 나도 기쁘다."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다.
"올해와 작년에 우승 경쟁을 많이 했는데 우승하지 못해서 전체적인 걸 다시 잡자고 생각했다. 대회 때마다 전략을 짰는데 압박을 받으니까 그게 잘 통하지 않더라. 그래서 지난주부터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긴장된 상황에서 잘 풀렸다. 그걸 깨달은 게 오히려 우승한 것보다 값지다."
-캐디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나를 기다려준 캐디 폴에게 너무 고맙다. 30년 이상 경력의 LPGA 최고 캐디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 성적이 좋지 않은 나를 떠날까 봐 오히려 내가 걱정했다. 나는 오늘도 기복이 심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캐디가 4번 홀에서 한국말로 뭐라고 응원해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 원래 최나연 프로의 캐디였는데, 우연히 코스 사전 점검을 매우 디테일하게 하는 걸 알게 됐다. 덩치도 커서 듬직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폴은 PGA 투어에서 폴 케이시를 돕고 있었는데, 잠시 쉬는 동안 나의 LPGA 투어 Q스쿨을 도와줬다. 첫 시즌에 부탁해서 한두 개 대회만 하고 그만두려 했는데,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5년 동안 우승하지 못해 얼마나 더 길어질지 걱정했다. 계속하다 보면 되겠지 생각했다. 한 번 잃어버린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교훈을 많이 얻었다."
-오늘 아침 빨간 바지를 입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바지를 입으면서 여러 번 우승 찬스를 놓쳤던 게 떠올라 '오늘도 안 되면 다시는 안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입어야겠다."
-상금이 1500만 달러를 넘어 로레나 오초아를 넘어서며 통산 10위가 됐다. 레전드로 가는 길인가.
"이전에는 상금 순위를 많이 생각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안 되더라.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에 더 주력하겠다. 그게 선수로서 더 중요한 가치고, 그걸 최대한 많이 올리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