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 LAFC)의 대단함만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비 시몬스(22)가 아직 토트넘 홋스퍼 7번의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5경기, 공식전 8경기 만에 패배하며 어떻게든 이어오던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 선두 경쟁을 벌이던 토트넘은 이번 패배로 4승 2무 2패, 승점 14에 머무르면서 6위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3연승을 달린 빌라는 3승 3무 2패, 승점 12를 기록하며 10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은 전반 5분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고전했고, 전반 37분 모건 로저스의 중거리 슈팅 한 방에 동점골을 내줬다. 그리고 후반 32분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에게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사진]OSEN DB.
시몬스의 부진도 아쉬웠다.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79분간 피치를 누볐지만, 기대하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슈팅 0회,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0회, 상대편 박스 안에서 터치 0회에 그쳤다. 수비적으로는 열심히 헌신했으나 정작 공격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영국 '풋볼 런던'도 시몬스의 부진을 꼬집었다. 매체는 "시몬스는 형편없었다. 그는 허술했지만, 궂은 수비 작업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그의 에너지와 활동량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기쁘게 하겠지만, 큰돈을 투자한 토트넘은 그에게 더 많은 걸 필요로 한다"라며 시몬스에게 팀 내 최하점인 평점 5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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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프레스' 역시 시몬스를 이번 경기 워스트로 뽑았다. 매체는 "훨씬 더 많은 걸 제공해야 하는 선수의 씁쓸하고 실망스러운 경기력이다. 그는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더 일찍 교체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시몬스에게는 아직 매우 초기 단계이지만, 토트넘이 지출한 돈을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걸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트넘 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TBR 풋볼'은 "토트넘 팬들은 모두 빌라를 상대로 시몬스의 걱정스러운 패턴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그는 또 한 번 실망스러운 오후를 보냈다. 팬들은 그가 슈팅하지 않는 점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은 "시몬스는 잉글랜드를 다시는 슈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슈팅 좀 해라", "나라면 다음 경기에선 제외한다. 또 충격이었다. 10명이서 뛰는 것 같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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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첼시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토트넘의 손을 잡았다. 모건 깁스화이트, 에베레치 에제, 사비뉴 영입에 연달아 실패한 토트넘은 시몬스를 영입하기 위해 라이프치히에 이적료 5180만 파운드(약 990억 원)를 지불했다.
시몬스는 LAFC로 떠난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 그는 "손흥민은 이 등번호로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모두가 손흥민을 사랑한다"라며 "바라건대 나도 등번호 7번과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큰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난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준비가 됐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시몬스는 데뷔전에서 예리한 코너킥으로 도움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고, 과감한 돌파와 창의적인 패스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프랭크 감독도 "난 시몬스가 정말 잘했고, 정말 유망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기대는 머지않아 실망이 됐다. 시몬스는 지나치게 슈팅을 아끼고, 공을 갖고 있을 때 좀처럼 차이를 만들지 못하며 우려를 남기고 있다. 왼쪽 날개에서 아쉬움을 노출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존재감이 크지 않다. 손흥민처럼 큰 책임감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