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이 대담한 범행 수법과 화려한 도난품 목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침입 당시 경보가 울렸지만 복면을 쓴 범인들은 경비원을 위협하며 보물을 훔친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4인조 강도는 19일(현지시간) 박물관 개장 직후인 9시 30분에 작전을 개시했다. 일요일 관람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시점인데 교통 정체가 덜한 주말 오전대를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센 강쪽에서 접근해 박물관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2층 외부 발코니 창문으로 접근했다. 강화유리를 자르는 전동 절단기로 창문을 자른 뒤 내부로 들어갔다. 자동 경보장치가 울리고 경비원 5명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지만 강도들은 절단기를 들이대며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경비원들은 규정에 따라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관람객들을 보호했다.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강도들이 차분하게 보석 진열장 2개를 부수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됐다"고 말했다.
왕관과 목걸이 등 보석류 9점 절도에 걸린 시간은 단 7분이었다. 강도들은 1층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야마하 TMAX 스쿠터를 타고 고속도로 방향으로 달아났다. 도주 직전 범행에 사용된 사다리차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주변의 제지로 실패했다.
보물 9점 중에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박물관 인근에서 훼손된 채 회수됐다. 급하게 도주하다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돼 있다.
도난 피해를 입은 '아폴론 갤러리'는 19세기 나폴레옹과 그의 조카 나폴레옹 3세 두 황실 보물들이 전시된 곳이다. 나폴레옹이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목걸이 등 8점이 현재 사라졌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범인들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건 배후에 외국계 범죄조직이 있고 4인조는 지시를 받고 범행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파리 경찰은 보고 있다. 파리 경찰청 건물에서 800미터 떨어진 루브르 박물관을 대낮에 털었다는 대담성을 고려하면 오랜 준비를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BBC는 박물관 범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을 노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휴대가 어렵고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크기가 적고 수익성이 높은 보석이 타깃이 된다.
왕관의 경우 보석을 조각 내 되팔거나 세공으로 모양을 바꿔 판매가 가능하다. 원래 유물 가치보다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상당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루브르의 경비 인력 감축이 강도 사건을 불렀다는 지적했다. 르몽드는 아폴론 갤러리도 경비원이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줄었고 아침 첫 휴식시간인 30분은 4명만 근무한다고 전했다. 박물관 직원 노조는 "보안 위협이 있다고 경영진에게 계속 경고했지만 개선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의 루브르 박물관 보조금은 지난 10년간 20% 이상 감소했고 그마저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 전시실 구축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