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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교민 "한국인 포함 2030, 심장마비로 화장터 많이 온다" [르포]

중앙일보

2025.10.20 13:00 2025.10.2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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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경찰청 및 법무부 관계자와 캄보디아 경찰이 20일 프놈펜 도심 턱틀라 사원에서 대학생 박모씨 시신 공동부검을 마친 뒤 이날 밤 유해 송환에 앞서 화장 절차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0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진행된 양국 공동부검 결과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에선 전신에 피멍 등 구타 흔적은 발견됐지만 흉기에 의한 자창(刺創)이나 장기적출 등 신체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을 향후 국내에서 진행할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와 양국 수사 결과를 종합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양국 공동 부검은 오전 9시27분(현지시간)부터 박씨 시신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부검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씨의 시체 전신에 멍은 많이 보였지만 흉기에 찔리거나 흉터를 꿰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구타를 당했다고 해서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앞서 검안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기재했지만, 직접사인인지는 약·독물검사를 통해 심장마비를 초래한 다른 원인이 있는지까지 검증해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부검 후 화장한 박씨의 유해는 21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부검에는 양국에서 6명씩 참여했다. 한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3명,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청 수사관,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6명, 캄보디아 측도 경찰청 담당자, 부검의 등 6명이다. 이들이 검은색 승합차 3대에서 내려 장비를 챙겨 턱틀라 사원 내 안치실로 들어가자 캄보디아 경찰은 50여 명을 배치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했다.

박씨는 지난 8월 8일 캄폿주 보코산 ‘웬치(园区·범죄단지)’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씨 몸에는 멍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 현지 검경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인 3명을 지난 10일 구속기소했고, 범행을 주도한 중국 동포 2명도 추적 중이다.

턱틀라 사원은 현지인 무연고 시신과 외국인 시신에 대한 공공 장례식장 및 화장시설로 대학생 박씨 시신도 지난 8월 8일 이후 73일간 보관돼 왔다. [뉴스1]
부검이 진행된 턱틀라 사원은 주로 프놈펜 현지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는 곳이다. 미리 둘러본 사원 시신 안치실 앞 탁자에는 30~40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영정과 함께 중국 과자, 콜라, 가짜 달러, 꽃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사원 관계자는 “20·30대 중국인의 시신이 이곳에 가장 많이 오고, 한국인도 2~3개월 간격으로 시신이 안치된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20·30대 외국인이 심장마비 사인으로 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범죄 피해자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담했다가 지난 18일 송환된 64명 중 58명에 대해 투자리딩방·보이스피싱·노쇼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1명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부산지검 동부지청으로 이송됐고, 5명은 풀려났다. 이날 대전지검 홍성지원 등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지역별로 ▶충남경찰청(45명) ▶경기북부경찰청(11명) ▶대전경찰청·김포경찰서(각 1명)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 경찰이 지난 16일 온라인 사기 현장을 단속해 한국인 범죄 혐의자 10여 명을 추가로 체포했고, 같은 날 범죄단지에 감금됐다고 신고한 한국인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주 내로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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