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진행된 양국 공동부검 결과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에선 전신에 피멍 등 구타 흔적은 발견됐지만 흉기에 의한 자창(刺創)이나 장기적출 등 신체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을 향후 국내에서 진행할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와 양국 수사 결과를 종합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양국 공동 부검은 오전 9시27분(현지시간)부터 박씨 시신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부검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씨의 시체 전신에 멍은 많이 보였지만 흉기에 찔리거나 흉터를 꿰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구타를 당했다고 해서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앞서 검안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기재했지만, 직접사인인지는 약·독물검사를 통해 심장마비를 초래한 다른 원인이 있는지까지 검증해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부검 후 화장한 박씨의 유해는 21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부검에는 양국에서 6명씩 참여했다. 한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3명,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청 수사관,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6명, 캄보디아 측도 경찰청 담당자, 부검의 등 6명이다. 이들이 검은색 승합차 3대에서 내려 장비를 챙겨 턱틀라 사원 내 안치실로 들어가자 캄보디아 경찰은 50여 명을 배치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했다.
박씨는 지난 8월 8일 캄폿주 보코산 ‘웬치(园区·범죄단지)’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씨 몸에는 멍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 현지 검경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인 3명을 지난 10일 구속기소했고, 범행을 주도한 중국 동포 2명도 추적 중이다.
부검이 진행된 턱틀라 사원은 주로 프놈펜 현지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는 곳이다. 미리 둘러본 사원 시신 안치실 앞 탁자에는 30~40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영정과 함께 중국 과자, 콜라, 가짜 달러, 꽃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사원 관계자는 “20·30대 중국인의 시신이 이곳에 가장 많이 오고, 한국인도 2~3개월 간격으로 시신이 안치된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20·30대 외국인이 심장마비 사인으로 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범죄 피해자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담했다가 지난 18일 송환된 64명 중 58명에 대해 투자리딩방·보이스피싱·노쇼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1명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부산지검 동부지청으로 이송됐고, 5명은 풀려났다. 이날 대전지검 홍성지원 등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지역별로 ▶충남경찰청(45명) ▶경기북부경찰청(11명) ▶대전경찰청·김포경찰서(각 1명)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 경찰이 지난 16일 온라인 사기 현장을 단속해 한국인 범죄 혐의자 10여 명을 추가로 체포했고, 같은 날 범죄단지에 감금됐다고 신고한 한국인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주 내로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