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와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오픈소스’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 등을 공개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하면 더 많은 기업·연구기관이 기술을 활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후발주자로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도 같은 원리다. 오픈소스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폐쇄적 산업 구조를 흔드는 전략적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AI 오픈소스 스타트업인 ‘허깅페이스’가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휴머노이드 기업 ‘폴렌로보틱스’를 인수한 이후 5월에 오픈소스 로봇 개발 플랫폼 ‘르로봇’과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로봇 ‘호프JR’을 공개했다. 호프JR은 조립형으로 제공되며, 모터, 센서, 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은 사용자가 직접 구성하거나 키트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 약 3000달러(약 420만원) 가격으로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허깅페이스 르로봇팀에 있는 마티노 루시 엔지니어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오픈소스는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연구실·스타트업·학교·개발자 등에게 접근 장벽을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개방’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제왕’인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5’에서 개방형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GR00T N1’을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추론과 기술을 위한 세계 최초 완전 맞춤형 개방형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마인드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운영체제(OS) ‘OM1’을 지난 달 전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동시에 로봇 간 학습을 공유하는 집단지성 인프라 ‘패브릭’을 개발해, 로봇들이 배운 경험을 서로 전파하는 ‘오픈 데이터 네트워크’ 구상까지 내놨다.
학계에서도 오픈소스 휴머노이드는 큰 관심사다. ‘버클리 휴머노이드 라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설계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일반적인 상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이 수만~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반면,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약 5000달러 이하로 제작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은 “효과적인 휴머노이드 시스템이 독점적이고 고가의 솔루션에 의존할 필요가 없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아직 국내에선 이렇다할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없다. 한 휴머노이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만큼 생태계를 키우고, 같이 성장하기 위해 오픈소스를 널리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