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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쉬면 낫는다? 독해진 독감, 쉽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중앙일보

2025.10.20 13:00 2025.10.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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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커지고 날이 추워지면서 인플루엔자(독감)의 계절이 다가왔다. 중증 호흡기 감염병인 독감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퍼진다. 특히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소아·청소년이 독감에 취약하다.

대부분 독감에 걸려도 기침을 하면서 열이 오르는 정도다. 집에서 4~5일 정도 쉬면 자연히 낫는다. 그런데 10명 중 1~2명은 전신 상태가 나빠져 입원 치료를 받는다. 드물지만 독감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독감 백신 접종이다. 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주임과장은 “가급적 인플루엔자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10~11월에 독감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마 교수와 일문일답.

창원 파티마병원 마상혁 교수는 “학령기 청소년은 또래와 함께 지내는 단체 생활로 독감에 잘 걸린다”며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이 아니더라도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Q. 독감에 걸려도 잘 쉬면 낫는데, 백신까지 접종해야 하나.

“물론이다. 우선 접종을 강조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독감은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혼동할 수 있지만, 위중도가 높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고열, 심한 두통, 근육통 등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소아·청소년도 독감에 걸려 중이염, 폐렴, 심근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절대적 비율이 고령층에 비해 적을 뿐이다.

이중 면역학적으로 취약한 영유아, 고령층, 만성질환자는 독감으로 전신 상태가 나빠져 입원치료를 받는 비율이 높다.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중환자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이로 인한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생후 6개월부터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


Q. 정부는 내년에 인플루엔자 백신 NIP 지원 대상을 14~18세 학령기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인데.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독감 환자의 절반 이상은 20세 미만 연령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13세까지만 NIP로 독감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독감 유행 초기엔 백신 미접종자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이들은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또래와 함께 지내는 집단생활로 독감에 잘 걸린다. 바이러스 전파력도 높다. 집에 오면 부모가 걸리고 지역 사회로 순식간에 퍼진다. 임상 현장에서도 애가 독감에 걸렸다가 식구 전체가 독감에 걸려 연차를 내고 쉬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독감의 연간 사회적 비용이 약 1조 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질병관리청의 보고서도 있다.”


Q. 그게 왜 문제인가.

“독감은 단기간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감염병이다. 나이가 들수록 독감에 걸린 것만으로 치명적이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은 고령층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기폭제다. 독감에 걸렸을 뿐인데 평소 앓던 당뇨병,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같은 기저 질환이 심해진다. 독감에 걸리면 일주일 내 심근경색 위험은 10배, 뇌졸중 위험은 최대 8배 증가한다. 폐렴 발생 위험도 최대 100배나 높아진다.

독감의 중증도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독감 입원한 환자의 70%, 사망 환자의 90%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그렇다고 고령층이 백신 접종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전 연령 통틀어 가장 높은 82.8%다. 소아·청소년의 독감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데 더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감염병은 언제나 취약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도달한다. 독감 백신 접종은 이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연대다.”


Q. 계란 알레르기가 있으면 독감 백신을 맞을 때 조심해야 한다던데.

“유정란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요 보건 당국에서도 계란 알레르기라도 유정란 백신 접종을 금기 사유로 보지는 않는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면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독감 백신이 대안일 수 있다. 독감 백신은 생산 방식에 따라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유정란 백신과 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세포 배양 백신으로 구분한다.

최근엔 계란 적응 돌연변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세포 배양 백신(플루셀박스쿼드)이 국내 도입됐다. 독감 백신을 만들 때 포유류 세포로 씨드 균주를 만들고 이를 포유류 세포에서 배양해 유정란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중증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 한국엔 막 들어와 낯설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2016년 처음 도입된 후 여러 국가에서 사용됐다.”


Q. 독감 예방 효과도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이 더 높다던데.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매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당해연도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는 균주로 백신을 만든다. 그런데 유정란 백신은 생산 과정에서 독감 바이러스 균주가 계란에 적응해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계란 세포가 인간 세포와 구조적으로 달라서다. 이렇게 되면 실제 유행 바이러스와 항원 일치도가 낮아져 면역 반응이 줄고 독감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한 것이 플루셀박스쿼드 같은 세포 배양 백신이다. 포유류 유래 세포주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백신 설계로 계란 적응 변이를 피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더 나은 항원 일치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독감 백신의 생산 방식에 따라 백신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 세포 배양 백신은 유정란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10~15% 높은 독감 예방 효과를 보였다. 또 독감으로 인한 중환자실 입원, 응급실 방문 등도 줄여주는 잠재력을 보였다.”


Q. 유소아는 독감 백신을 접종할 때 비유정란 백신인 세포 배양 백신을 접종하는 게 잠재적으로 유리하다던데, 왜 그런가.

“처음 노출된 백신의 면역 반응을 몸이 우선 기억하고 반응하는 '면역 각인'(Immune priming) 현상 때문이다. 예컨대 생후 6개월 영아가 생애 첫 독감 백신 접종으로 계란 적응 변이된 백신을 접종한다면 면역체계가 변이된 항원에 반응하도록 학습한다. 이후 접종에도 실제 유행 균주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항원 일치도가 높은 세포 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을 유·소아 때부터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생애 첫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영아는 유정란을 쓰지 않는 세포 배양 백신을 선택하면 향후 면역 반응 측면에서 잠재적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영국 백신면역공동위원회(JCVI) 등에서는 18~64세 고위험군에게 세포 배양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다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아직 과학적으로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권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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