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산 소프트웨어가 포함되거나 이를 기반으로 만든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이 최근 벌인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대응이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란 분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노트북에서 항공기 엔진을 비롯해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쓰인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대중 수출 통제에 나설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 선박에 대한 신규 항만 요금 부과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자국산 희토류를 0.1%라도 사용해 제품을 만들 경우 중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도록 하자 나온 발언이다. 이번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미 정부가 관련 조치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온 것이 드러난 셈이다.
로이터는 제재 방식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가한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조치와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기업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컴퓨터지원설계(CAD) 등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가한 바 있다. 중국에도 유사한 범위의 통제 제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이 조치가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시행될 경우 주요 7개국(G7) 동맹과 공조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제재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기술 제재는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에밀리 킬크리스 연구원은 로이터에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지만, 실행은 매우 복잡하고 미 산업계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움직임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음을 중국에 보여주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경주 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무역 관련 논의를 하기 전 협상력을 높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 통제 조치에서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4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 수출을 제한했다가 석 달 만에 철회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지연에 대응해 반도체 칩 설계 소프트웨어 등 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도 5월에 발표했지만, 7월 초에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시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