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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의 퍼스펙티브] ‘똘똘한 한 채’ 쏠림 완화하고 ‘공급촉진형’ 세제 개혁을

중앙일보

2025.10.23 08:24 2025.10.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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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되지 않는 부동산 해법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이재명 정부가 취임 4개월 만에 3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에 발표된 10·15 대책은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대폭 확대가 핵심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했다. 토허제가 작동하면 뭐가 달라질까? ①갭투자 금지 ②6개월 이내 전입 의무 ③2년 이상 실거주 의무 ④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4개월에 3번째 대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인지 심리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28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빈번한 대책 발표는 그 자체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아~ 지금은 부동산 폭등 중이구나’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재명 정부도 유사한 실수를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잦은 대책 발표, 정책 신뢰성 떨어뜨려
이재명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 시즌2’로 인식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아, 이재명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대응하겠구나”는 심리를 만들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두 번의 민주당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2배 이상으로 폭등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진보 정부는 모두 초기에는 ‘투기세력 엄단’을 강조하다가, 나중에는 대출 규제와 세금 인상을 통한 ‘수요억제’에 치중했다. 수십 차례에 걸친 대책 발표에도 부동산은 계속 올랐고, 가격이 상승하면 더 강한 대출 규제와 더 많은 세금 인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부동산 가격의 2배 넘는 상승과 정권 교체였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강남3구·한강벨트 ‘똘똘한 한 채 촉진법’
기존 주택을 빨리 매도할수록 양도세 유리하게 제도 설계를
서울시 주택의 약 30%인 빌라는 2~3년 단기에 공급 가능
정책은 ‘기대’를 바꿔야 성공…‘진보정부 같지 않은 대응’ 필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으로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아파트로 수요가 몰렸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뉴스1]
왜 언론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데, 두 번의 진보정부는 모두 ‘수요 억제’ 정책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응법은 두 가지가 있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다. 수요 억제의 정책수단은 대출 규제와 세금 활용이다. 수요 억제는 ‘단기’에 사용 가능하다. 공급 확대는 속성상 장기에 효과를 본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실제 공급까지는 5~15년이 걸린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상승기’를 만나면, 효과적인 대책이 쉽지 않은 이유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력하다. 둘째,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두드려졌다.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 유동성 국면이어서 전국적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강남과 강북이 같이 올랐고, 서울과 지방이 같이 올랐다. 지금은 다르다. 좋은 지역은 대폭 오르고, 서울 외곽 지역은 전(前)고점 대비 정체 혹은 마이너스 상황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그리고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이 대표적이다. 서울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이 많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동남권 제조업 중심의 경제권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서울 쏠림 현상이 강화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취득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重課)가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부동산 세제는 취득할 때 취득세, 보유할 때 보유세,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가 있다. 예컨대, 양도소득세의 기본 세율은 45%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2주택자는 20%포인트를 중과해서 65%가 적용됐고,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중과한 75%가 적용됐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양도세율은 최고 82.5%(=75%+7.5%)가 적용됐다. 양도소득 차액이 20억원인 경우, 그중 16억 5000만원(82.5%)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했다. 남는 돈은 3억 5000만원이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지나치게 높은 양도세율은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으로 이어졌다. 취득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됐다. 종부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최대 6%의 누진세율 중과가 적용됐다. 3주택 합계 40억원짜리 집을 가진 경우 최고 세율을 적용받아 매년 2억 4000만원을 종부세로 납부해야 했다. 보유세가 최고 6%가 적용됐다는 점도 매우 놀라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적용되던 중과세 제도는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일부 폐지되고 일부 유예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한 채 40억원이 지방 3채 30억원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이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똘똘한 한 채 촉진법’의 특성을 갖는다. 똘똘한 한 채 촉진법으로 인해 강남 3구와 한강벨트로 수요가 몰렸다. 강남·강북의 부동산 양극화가 커졌고, 서울·지방의 부동산 양극화도 커졌다. 서울은 부동산 과열, 지방은 미분양 상황이다.

다주택자 악마화 말아야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동시에 전·월세 공급축소로 연결되고 있다. 서울 주민의 약 40%는 전·월세 세입자다. 다주택자의 다른 이름은 ‘전·월세 공급자’이다. 다주택자가 없어질수록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 세입자의 주거비는 상승하게 된다. 만일 서울이 완전히 ’1가구 1주택‘ 자가 소유주만의 시장으로 재편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서울 주택의 평균값은 10억원이다. 10억원의 주택을 매입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로 진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전·월세 세입자는 ’서울 밖으로‘ 전부 밀려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 가정이다. 다만, 다주택자의 다른 이름이 ‘전·월세 공급자’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악마화는 결과적으로 전·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상승으로 귀결된다.

신재민 기자
『부동산 트렌드 2026』에서 서울대 김경민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10~2024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평균 3만 3000세대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공급 절벽‘이 닥쳐온다. ▶2026년 1만 8000세대 ▶2027년 8516세대 ▶2028년 5477세대 ▶2029년 999세대로 급격하게 축소될 예정이다.

신재민 기자
아파트와 빌라의 ‘착공 물량’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5~2024년 ‘아파트+빌라’의 합계 공급 물량은 연평균 8만 세대였다. 그런데, ▶2023년 2만 8000세대 ▶2024년 약 2만 6000세대 ▶2025년(상반기) 약 1만 3000세대로 축소됐다. 입주 물량은 과거와 시차가 존재하기에 누구 책임인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착공 물량 급감의 책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유롭기 어렵다.

닥쳐오는 공급절벽 해소 필요
앞에서 단기에는 수요억제 정책이 가능하며, 공급은 장기 대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발상을 바꿔보면 ‘단기적인’ 공급 대책도 존재한다. 단기적인 공급 해법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첫째, ‘매도촉진형’ 양도세 설계를 통해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의 3주택인 경우 양도소득세 세율을 최고 82.5%까지 적용했다. ‘세율을 높여 매도를 압박하려던’ 정책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세율이라고 생각했기에 ‘매물 잠김’으로 대응했다. 부동산 공급은 더 줄었다. 양도세 제도를 거꾸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본 양도세율은 45%다. 1년 이내 팔면 15%, 2년 이내 팔면 30%, 3년 이내 팔면 45%를 적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양도세 정책이 결과적으로 ‘매물 잠김’을 촉진하는 접근이었다면, 파격적인 인하는 ‘매도를 촉진하는’ 양도세 설계다.

둘째, 빌라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거주자 기준으로 서울시 주택공급 형태를 보면 아파트는 43%다. 나머지 57%는 비(非)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서울시 전체 주택에서 약 30%가 빌라다. 가구 수로는 90만 가구다. 빌라 공급이 중요한 이유는 빌라가 서민형 주거 공간의 한 축이고, ‘단기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빌라 공급은 2~3년이면 가능하다. 토허제 지정은 갭투자 금지를 의미하는데, 갭투자 금지는 전세 공급 축소로 연결되고, 전세 공급 축소는 서민층의 주거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최근 서울의 착공 물량이 대폭 줄어든 이유에는 빌라 공급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이 컸고, 수요자 입장에서 ‘전세 사기’ 영향이 컸다.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해서 빌라 공급을 활성화하고 수요자의 불안을 달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진보정부같이’ 대응하면 불안 커질 것
부동산 시장은 미래 기대값을 고려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의 법칙’에 의하면,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반대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늘어난다. 사람들이 ‘미래 기대’를 중심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패는 ‘사람들의 기대’를 바꾸는 작업이다. 진보 정부가 ‘진보정부같이’ 대응하면 불안은 증폭될 것이다. 반대로 ‘진보정부 같지 않게’ 대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 똘똘한 한 채 완화 정책, 지역으로 수요 분산, ‘매도촉진형’ 양도세 설계, 빌라 공급 확대는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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