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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미주 국감, '해외 나들이' 로 전락했나

Los Angeles

2025.10.23 21:58 2025.10.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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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질의·답변 반복, 한인 민생은 외면
공관 비위·민원 실태엔 침묵, 책임감 실종
눈치보듯 민감 사안 회피…"이럴 거면 왜"
김형재 사회부 부장

김형재 사회부 부장

매년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의 미주 국정감사 말이다. 무슨 약속대련이라도 하듯 형식적인 질문과 뻔한 답변이 오간 채 끝나곤 한다.  
 
국감 위원 6명(김영배·김상욱·이재강·이재정·강선우·김태호 의원)은 지난 17일부터 주미한국대사관 등 재외공관을 방문해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관세부과 등 현안에 관심을 보였다곤 하지만, 굳이 돈 써서 미국에 안 와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250만 미주동포들에게 절실한 사안에 대해선 별 관심을 안 보였다. 지난 22일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총영사 임정택) 합동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두 총영사의 현황 보고에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수긍하고 넘어갔다. 한국에선 하루도 고성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22일 LA총영사관에서 진행된 LA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완(왼쪽 네 번째) LA총영사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22일 LA총영사관에서 진행된 LA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완(왼쪽 네 번째) LA총영사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올해 LA총영사관을 비롯한 미주 공관에선 여러 이슈가 있었다. LA총영사관에서는 업무상 횡령,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업무 불이행이 벌어졌다. 이 자료를 미리 요구했던 김태호 의원(국민의 힘)은 정작  국감장에선 단 한 마디의 실태확인 질의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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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불체자 추방이 한창일 때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추방될 위기의 한인의 부친이 한 공관에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자 “남수단에도 우리 공관이 있다”는 한가한 답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게 공관의 실태인데 의원들 눈엔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연간 9만 건에 달하는 민원을 처리하는 LA총영사관에 대한 한인들의 불만, 공관 직원을 사칭한 사기 전화 피해에 대한 예방 대책 등은 아예 국감에서 거론되지도 않았다. 한인사회의 민생은 한국에서 온 의원들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뜻인가.
 
LA총영사관은 지난 6월 ‘한국전 75주년 행사’를 주최하며 전직 미군 용사를 북한과 중공식 계급인 ‘총참모장’으로 소개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길래 그런 용어를 썼나. 이런 얼빠진 기강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게 국감이어야 하지 않을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하는 인상을 줬다. 최근 미주 한인사회는 이재명 정부 들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최광철)의 세 과시로 시끄럽다. 이 단체가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을 위반한 채 한국 정부를 위한 정치적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무부가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다수였던 국정감사반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지난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특보였다. 자기편이라 건드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감 현장을 나오며 다시 생각해봤다. 이런 국감 왜 하나. 혈세 써가며 무슨 실익이 있다고 하나. 국감이 의원들의 해외 나들이로 변질됐다는 말이 내년엔 나오지 않길 기대해본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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