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노진주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선수와 감독이 불법 도박과 마피아 연루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4일(한국시간) 뉴욕을 중심으로 진행한 대규모 수사에서 불법 스포츠 베팅과 포커판 조작에 가담한 인물들을 적발했다. 이번 사건에는 테리 로지어(마이애미 히트)와 챈시 빌럽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감독 등이 포함됐다.
‘BBC’는 “FBI가 마피아 조직이 얽힌 불법 베팅 네트워크를 일망타진했다. 로지어와 빌럽스가 각각 스포츠 베팅 조작과 포커판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로지어는 부상 정보를 이용해 베팅 시장에 영향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선수 5명과 함께 체포됐다. 빌럽스 감독은 은퇴 선수들과 범죄 조직이 개입한 포커 게임 조작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뉴욕의 5대 범죄 조직 중 4곳이 개입했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미끼로 포커판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수백만 달러를 갈취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특수 콘택트렌즈, 카드 판독 안경, 엑스레이 테이블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게임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BA 사무국은 즉각 성명을 냈다. “리그의 청렴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 로지어와 빌럽스를 직무에서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로지어 측 변호인 제임스 트러스티는 미국 ‘CBS 뉴스’를 통해 “로지어는 도박꾼이 아니다. 결백을 입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로지어는 플로리다 올랜도 연방법원에, 빌럽스는 오리건 포틀랜드 법원에 각각 출석할 예정이다.
[사진] 챈스 빌럽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FBI 디렉터 캐시 파텔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체포는 11개 주에서 동시 진행된 대규모 작전이었다. 수천만 달러 규모의 사기와 절도, 강도 사건이 함께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동부지검 조지프 노첼라 주니어 검사는 “피의자들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신들의 행운은 끝났다’”며 경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로지어는 2023년 2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7경기에서 부상 정보를 이용해 불법 베팅을 주도했다. 샬럿 호네츠 소속이던 시절, 그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전에서 “경기 중 조기 교체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친구에게 흘렸고, 공범들은 약 20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를 베팅했다. 로지어는 실제 경기에서 오른발 통증을 이유로 9분 만에 교체됐고, 평소 평균 35분 출전하며 21점가량을 기록했지만 해당 경기에서는 5점에 그쳤다.
뉴욕시 경찰청장 제시카 티시는 “그의 커리어는 부상이 아니라 청렴성 문제로 벤치에 앉게 됐다”고 꼬집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뛰었던 데이먼 존스 전 코치도 함께 체포됐다.
존스는 2022-2023시즌 LA 레이커스의 비공식 수석코치로 활동하면서 르브론 제임스의 결장 정보를 불법 도박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23년 2월 9일 밀워키 벅스와의 경기 전 “오늘 밤 밀워키에 큰돈을 걸어라”는 메시지를 공범에게 보냈다. 제임스의 결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레이커스는 밀워키에 106-115로 패했다.
또한 지난해 1월 15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전에서도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추가됐다.
[사진] 챈스 빌럽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빌럽스 감독은 불법 포커판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7년간 NBA에서 활약하며 다섯 차례 올스타에 선정된 명가 출신으로, 지난해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검찰은 “보난노, 제노베세, 감비노 등 마피아 패밀리 13명이 공모했다. 피해자들은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맨해튼, 햄튼스 등에서 열린 게임에 초대돼 수십만 달러를 잃었다”고 전했다.
조직원들은 카드 리더기가 내장된 셔플 머신과 엑스레이 테이블을 활용해 결과를 조작했다. 피해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협박과 폭력을 동원했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피해액은 약 700만 달러(약 100억 원)에 달하며, 한 명은 180만 달러(약 25억 원)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FBI 뉴욕 지부 크리스토퍼 라이아 부국장은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마피아가 더 이상 스포츠계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