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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몰다 뒤집히고 추락, 37% 숨졌다…치사율 유독 높은 이유

중앙일보

2025.10.25 14:00 2025.10.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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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농기계 사고]

구급대원들이 경운기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일 낮 12시 20분께 경남 진주에서 70대 A씨가 자신이 몰던 경운기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혼자서 고지대에 있는 과수원으로 이동하다 운전미숙 탓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앞서 지난 1일 오후 2시 18분께 경남 합천군의 한 임도에선 80대 B씨가 옆으로 쓰러진 경운기에 깔려 숨졌습니다. 경찰은 B씨가 밤을 수확하기 위해 인근 야산으로 몰고 가던 경운기가 무게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촌에서 경운기 등 농기계를 운전하다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끊이질 않는데요. 농기계 교통사고는 다른 자동차 사고와 비교해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유난히 높은 치사율인데요.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1628건의 농기계 교통사고가 발생해 모두 25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이 무려 15.4%로 사고 100건당 15명 넘게 숨졌다는 의미입니다.
차준홍 기자

이는 같은 기간 농기계를 제외한 전체 차종의 교통사고 치사율(1.4%)보다 11배나 높고, 승용차(1.0명)와 비교하면 무려 1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높은 치사율 못지않게 농기계 교통사고에는 또 다른 특이점이 있는데요. 사망자의 89%(222명)가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의 충돌이 아닌 ▶공작물 충돌 ▶도로이탈 추락 ▶전도·전복 등의 단독사고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농기계를 몰고 가다 길 위에 있는 구조들을 들이받거나, 도로를 벗어나 아래로 추락하거나, 옆으로 넘어지거나 뒤집어지는 단독사고 탓에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인데요.

이러한 농기계 단독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36.9%나 됩니다. 사고 100건당 37명이 사망했다는 의미로 전체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과 비교해도 2배를 훌쩍 넘습니다. 참고로 농기계를 제외한 전체 차종의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단독사고 비율은 22.3%이며, 치사율은 7.5%입니다.
차준홍 기자

공단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안전띠 등 보호장구는 빈약한 반면 조작법은 상대적으로 어려워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안전띠를 착용한 경우는 4.8%(12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농기계 운전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이기 때문에 시력과 청력 저하, 인지반응 시간 증가 등으로 인해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아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농기계로 도로를 달릴 때는 반드시 도로교통법과 안전수칙을 지켜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경운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반사판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안전띠 등 보호장구를 보강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며, 출발 전에 제동 및 등화장치와 반사판 등 안전장비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합니다. 적재물은 단단히 고정하고, 술을 마셨거나 피로한 때는 운전을 삼가야만 합니다.

공단 관계자는 “농기계는 옆으로 넘어지거나 뒤집어질 때 탑승자가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깔리기 쉽기 때문에 짧은 거리나 저속 운행이라도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동차 운전자 역시 농기계 운행이 많은 농촌 지역을 지날 때는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농기계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해 돌발상황을 경계하며 방어운전과 서행하는 게 필요합니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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