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붕어빵 결국 1개에 1000원 됐다…서민 울린 씨마른 붉은 콩, 왜

중앙일보

2025.10.25 14:00 2025.10.25 14:1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원재료 값 상승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 가격도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붕어빵 가게. 사진 김경희 기자
대학생 A씨는 최근 길에서 파는 붕어빵을 사 먹으려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3개에 2000원이던 붕어빵 가격이 1개에 1000원으로 올라서다. A씨는 “매년 여기서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하나에 1000원이라는 가격 앞에선 망설이게 되더라”며 “이제 서민 간식이라는 별명은 어울리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 가격이 오름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개 2000원’ 혹은 ‘2개 1000원’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1개 1000원’ 혹은 ‘1개 1500원’에 판매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붕어빵 물가가 무섭다” “2개 사려다 맛만 보려고 하나 샀다” 등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네티즌이 적잖다.

붕어빵 가격이 오른 건 주재료인 팥값이 올라서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산 붉은 팥의 중도매 가격은 40㎏당 78만4200원이다. 올해 초 79만6600원까지 오른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3일(50만3200원)과 비교하면 58.3%나 뛰었다. 국산 팥 소매가격도 500g당 1만3868원으로 1년 전(1만434원)보다 33% 비싸졌다.

국산 팥 가격이 급등한 건 국내 팥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팥 재배면적은 2019년 5893헥타르(ha)에서 2023년 3690ha로 37.4%나 줄었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7102t에서 5256t으로 26% 감소했다. 이는 2017년(5001t) 이후 최저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래 7번째로 낮다.

차준홍 기자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판매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팥은 다른 작물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보니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상 기후로 발아기와 개화기인 7~9월 폭염ㆍ가뭄ㆍ집중호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산 팥 대신 수입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오르는 추세다.

서울 종로구에서 20년째 붕어빵 장사를 해 온 정동하(67)씨는 고심 끝에 지난해 가격을 올렸다. 수년간 3개 2000원에 판매했는데 지금은 개당 1000원이다.

정씨는 “팥·밀가루·식용유 등 한번 오른 원재료 값은 잘 떨어지지 않는데, 서민들이 즐겨 찾는 붕어빵 가격에 바로 반영하긴 어렵다”며 “붕어빵 크기나 팥의 양을 줄이지 않고 최대한 버티다가 작년에야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단골 손님들은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유통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붕어빵 등 겨울 간식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개 700원인 ‘한입쏙붕어빵’ 미니 사이즈를 출시했다. GS25는 지난해 붕어빵 운영 매장을 4000곳에서 5000곳으로 늘렸고, 이달부턴 700원짜리 ‘한입 군고구마(80g)’ 판매도 시작했다. CU도 군고구마 매출이 매년 20% 이상 증가세를 보이자 5년 전부터는 아예 사계절 상시 판매 중이다.



김경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