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지하 수조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질식으로 쓰러져 2명이 숨졌다. 산업현장에서의 밀폐공간 질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6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1분쯤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 아연가공업체 지하 수조에서 펌프 배관 관련 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질식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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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확인 결과 일산화탄소 검출
병원에 이송된 4명 중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다. 지하 수조 외부에 있던 관리감독자가 수조 내 깊이 2m 부근에서 쓰러진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 지하 수조는 지난 17일 페인트 작업이 한 차례 이뤄진 곳으로 전해졌다.
유해가스 측정 장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지하 수조 안에서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미, 무취여서 농도가 높아져도 알아채기 어렵다. 이를 흡입하게 되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게 돼 두통과 호흡 곤란이 생기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찰은 작업자 중 1명이 수조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자 나머지 3명이 찾으러 들어갔다가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도 경찰과 함께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현장에서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는 이번 건을 포함해 최소 9차례 일어나 작업자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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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질식사고…“치명률 높아”
지난 8월 21일 전남 순천 한 레미콘 공장에서는 밀폐된 탱크 내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쓰러졌고 그를 구조하기 위해 들어간 동료 근로자 2명도 탱크 내부에서 쓰러져 모두 숨졌다. 당시 탱크 내부에는 유해가스인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 농도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7월 27일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상수도 공사 맨홀에서 작업 중이던 70대 배관공과 그를 구조하려던 70대 굴착기 기사 등 2명이 내부 산소 결핍으로 질식해 사망했다.
같은 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 맨홀에서도 공공하수도 공사에 투입됐던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가스 중독으로 쓰러졌다가 오수관로 물살에 휩쓸려 이튿날 900m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구하기 위해 맨홀 안으로 들어갔던 40대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도 숨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고로 298명이 산업 재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126명(42.3%)이 사망했다. 밀폐공간 질식 재해는 산소결핍, 유해가스 중독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로 이 기간 피해자의 42%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특히 사망자 126명 가운데 40명(31.7%)이 여름철인 6∼8월에 목숨을 잃었다. 기온이 올라가면 유해가스가 더 많이 발생해 맨홀, 오폐수처리시설, 축사 등에서 질식사고 위험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산소,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가스농도를 측정하고 만약 동료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쓰러졌다면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절대 구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자를 대상으로 안전작업 방법, 응급 시 대피요령, 질식사고 증상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작업 전에 실시하고 감시인을 배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