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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클럽 앞 경광봉 든 경찰…이태원의 10월, 묘한 긴장감

중앙일보

2025.10.26 03:09 2025.10.26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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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김창용 기자

핼러윈(10월 31일)을 앞둔 25일 토요일 오후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골목마다 시민으로 가득했다. 지하철 이태원역에서 나오자마자 큰 음악 소리가 들렸고, 골목의 클럽 앞엔 수십여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러나 3년 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도 보였다. 전철역 안에서부터 경찰관과 역무원이 인파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안내 활동을 했고, 역 출구엔 ‘인파가 밀집되면 위험하다’는 내용의 팻말이 걸려 있었다. 거리 중간중간엔 용산구청 직원이 배치돼 위험한 상황은 없는지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참사가 발생했던 세계음식거리의 한가운데엔 임시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었다. 시민들이 자연스레 한쪽으로만 통행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주말 밤을 맞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도 곳곳에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지난 24일 오후 6시2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를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경찰관이 돌아보고 있다. 거리 가운데에는 이동형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보행자의 우측통행을 유도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경찰과 서울 각 자치구는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의 ‘핼러윈 특별 대책 기간’을 앞두고 안전 집중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부터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이태원 일대 순찰 활동을 개시했다. 중앙일보가 함께 현장을 돌아보니 경찰은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구석구석 확인하며 순찰을 진행했다. 순찰대는 경광봉을 들고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길거리에 벽돌 등 위험한 물건이 방치돼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했다. 도로 위 차량이 많아지면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 상황을 관리했다.



서울광장선 시민추모대회…“아직 숙제 남아”

올해 정부와 유가족 측은 함께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난 25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선 유가족과 시민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6시 34분’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간이다.

시민추모대회는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고인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유가족은 서로를 위로했고, 시민들도 눈물을 훔쳤다. 희생자 초상화와 소개 문구가 적힌 영상,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체투지와 삼보일배 행진을 하는 영상이 상영될 땐 말없이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당시 유학생이던 딸을 잃은 이란 출신 자흐라 레자에이는 연단에 올라 “함께한 부모님들과 함께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 대응 기준이 정비되고 예방 체계가 강화됐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계속 취해 가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와 같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 설치뿐만 아니라 직접 순찰 등 안전 관리를 지속하는 데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라며 “인파 밀집 시엔 안전에 우선 유의하는 등 성숙한 시민 인식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용.임성빈.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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