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국제 비교 기준으로 비싸졌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주요 조선주 주가는 미국의 7대 핵심 기술주(M7)보다 높다. 주요 방산주 역시 미국 방산 기업보다 높은 수준에 올라섰으며, 이런 업종이 많아졌다. 이러면 주가 기복이 커지기 마련이다.
올해 대비 내년에는 경기 호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 국내 연구기관의 내년 예상 성장률은 1.6~1.9%에 불과하다. 1990년 이후 성장률 2% 이하였던 시기의 주가는 대체로 활기를 띠지 못했다. 물론 돈이 많이 풀렸기에 주가가 유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익 대비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경기 회복이 미진하다면 주가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주요국 통화 중 원화값 가장 약세
반도체 빼면 추세적 경제 쇠락 탓
경제 실상 직시하고 대책 세워야
경제 상황에 민감한 환율과 자금 추이로 보면 향후 경기가 밝지는 않다. 우선 원화 가치 하락이 미국과 통상 마찰 때문만이 아니란 점을 봐야 한다. 원화는 2022년 4분기부터 다른 국가 화폐보다 절하될 땐 큰 폭으로 절하되고, 절상될 땐 절상 폭이 작았다. 이는 우리 경제의 추세적 쇠락을 뜻한다. 이는 원화 가치의 추락 추이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말 달러인덱스 97.45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04원(역외기준)이었다. 그런데 달러인덱스가 그때와 비슷한 2020년 1월 23일 원·달러는 1168원, 2022년 3월 3일 원·달러는 1205원이었다. 또 원화 가치 추이는 2021년 4월 이후 브라질 헤알보다, 2023년 1월 이후 필리핀 페소보다, 2024년 7월 이후 일본 엔화보다, 2024년 11월 이후는 러시아 루블보다 낮거나 비슷해졌다. 이처럼 원화 가치는 줄곧 하락했다.
자금도 오랫동안 해외로 유출되었는데, 2012년~2025년 8월 중 우리의 해외 증권 투자는 7917억 달러나 된다. 이 중 4929억 달러를 해외 주식 매입에 썼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906억 달러, 이중 국내 주식 취득은 169억 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올해 5~8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는 예전보다 많은 87억 달러였지만, 동일 기간 중 우리의 해외 주식 매수는 249억 달러였다. 국내 자금의 대거 유출과 미미한 외국 자금 유입이 최근 우리 경제의 실상인 듯싶다.
장기간 원화 가치 하락과 자금 이탈은 우리 경제 체제의 누적된 문제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그간 필수 구조조정, 첨단 신산업 육성, 노동개혁을 소홀히 했다. 경기가 둔화하면 당국은 저금리를 유도하고, 원화 절하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했다. 정치권은 재정을 동원해 선심도 크게 썼다.
이런 흐름 속에 부채는 늘고 경기는 활력을 잃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유럽연합(EU)·대만·일본을 빼면 전 세계적으로 낮다. 원화는 그간 대다수 국가보다 더 절하됐지만, 우리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낮은 국가는 일본, 일부 유럽국가,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에 처한 몇몇 국가에 불과하다. 참으로 우려된다.
또 2020년 대비 올해 8월 현재 수입 물가 상승률은 달러 기준 14.7%이나 원화 기준 35.2%로 환율로 인해 국민이 물가 피해를 크게 입었다. 그간의 무역수지 흑자도 원화절하로 인한 수출 증가보다 수입 둔화·감소 덕이 더 컸다. 이처럼 거시 요인이 부진하니 기업이익 부침이 심했다. 그 결과 주가 기복이 컸다.
이번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주가 형성의 근본인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국내 경제에 잠재 쇼크 요인이 곳곳에 있다. 예컨대 프랑스 등 선진국의 엄청난 부채로 인한 세계 경제 경색 우려, 미국과의 험난한 관세 협상 등은 잠재 쇼크 요인이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2026년 상장사 이익 추정치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었다.
이젠 혁신과 기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경제는 반도체 등 몇몇 산업 덕에 당분간은 그럭저럭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으면 지난 30년간 5년마다 1%포인트씩 둔화하는 성장률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 경제 상황은 자칫하면 ‘제로(0) 성장’에 빠질 위험에 놓여있다. 절실한 상황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