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재무장에 나서면서 발칸반도 크로아티아가 18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유럽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의회는 24일(현지시간) 의무복무 재도입 법안을 찬성 84표, 반대 11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19세가 되는 2007년생 남성들은 올해 연말까지 징병검사를 받고 내년 1월부터 두 달간 기본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기본 기술과 지식을 청년들에게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크로아티아는 과거 공산권이었던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1991년 독립한 뒤 1995년까지 세르비아계 반군과 독립전쟁을 벌였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앞두고 군을 직업군인 중심의 정예군 체제로 개편하면서 2008년 모병제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며 서방 세계에 완전히 편입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안보 불안이 고조되자, 크로아티아 정부는 다시 의무복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EU 회원국 중 공공기관 대체복무를 포함해 의무복무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는 오스트리아,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정도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냉전 종식 이후 징병제를 폐지했지만 최근에는 재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 최대 인구국인 독일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년째 징병제 재도입을 검토 중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모병제를 유지하되 18세 남성에게 군복무 관련 설문지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인력 부족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의회 의결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입영 대상자 선발 방식을 두고 연립정부 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법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추첨을 통한 입대 선발을 주장하는 반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 소속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추첨제는 군복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제비뽑기식 입대는 모든 성인 남성의 병역의무를 규정한 독일 기본법(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