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피부 장벽 지키려면 입술·팔다리는 피지선 적어 취약 때 밀고 필링하면 건조·가려움 악화 미온수로 가볍게 씻고 보습해줘야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이 신경 쓰이는 계절이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수분을 빼앗는다. 이럴 때 강하게 세안하고 때를 밀면 피부는 더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수분 저장고 역할을 하는 각질층을 없애고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피부를 덮는 0.01㎜ 두께의 각질층은 피부 장벽 최전선이다. 벽돌처럼 쌓인 각질 세포에 세라마이드·지방산 등이 시멘트처럼 결합한 구조다.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방어한다.
각질은 28일 주기로 떨어져 나가고 생성되는데 가을·겨울처럼 건조할 때는 35일 이상으로 늦어지고, 중년 이후엔 40일까지 늘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피지 분비가 줄고 각질층 기능은 떨어진다.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건조해지고 붉어지며 가렵다. 미세하게 갈라진 틈 사이로 알레르기 물질이 침투하고, 피부염으로 악화하기 쉽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피부에 일어난 각질은 제거할 게 아니라 진정시켜야 한다”며 “부드럽게 녹이고 보습해 줘야 피부 장벽을 지킨다”고 말했다.
━
물기는 톡톡 두드리듯 닦기
각질이 잘 발생하는 신체 부위의 환경은 저마다 다르다. 입술은 피지선이 없어 스스로 유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트고 갈라진다. 침을 바르거나 휴지로 문지르면 증상이 심해진다. 정강이 같은 팔다리는 피지선이 적고 노출이 많은 부위다. 임 원장은 “입술은 아주 얇은 부위이므로 필링제로 각질을 없애기보다는 립밤, 바셀린을 자주 덧발라 촉촉하게 만들어주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등산, 러닝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에 각질이 더 두드러지고,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등산 후 사우나, 뜨거운 목욕 같은 습관은 각질층 손상의 주원인이다. 천연 보습 성분이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샤워는 35~38도의 미온수로, 10분 이내가 이상적이다. 샤워 후엔 수건으로 물기를 톡톡 두드리듯 닦은 뒤 3분 안에 보습제를 바르는 게 도움 된다. 각질 사이사이의 노폐물은 비누칠만 가볍게 해도 없어진다. 때를 밀었으면 당분간 과하게 목욕하는 걸 삼가는 게 좋다.
발은 체중을 지탱하고 바닥과 마찰하기 때문에 각질이 두꺼워진다. 이럴 때 굳은 각질을 사포나 돌 등으로 강하게 밀어내는 방법은 역효과를 불러온다. 강한 자극을 받으면 피부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각질을 더 두껍게 만든다. 각질을 녹이는 것이 낫다. 피부 연화제(우레아·살리실산 등) 성분이 든 용해제를 쓰면 딱딱해진 각질층을 서서히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런 제품은 크림, 용액 형태의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각질이 부드러워진 뒤엔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이 말리고, 발뒤꿈치에는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임 원장은 “얼굴에 묵은 각질은 칙칙해 보이는 데다 염증의 원인이 되므로 자연스럽게 녹여 정돈해 주는 게 좋다”며 “AHA(알파하이드록시산)·PHA(폴리하이드록시산) 등 저자극 각질 연화제를 쓰면 보습·항산화에도 함께 도움 된다”고 설명했다.
수분을 채우고 지켜주는 주요 보습제 성분은 세라마이드, 글리세린, 판테놀, 히알루론산 등이다. 세라마이드는 각질 세포 사이를 메워주는 시멘트처럼 작용한다. 외부 자극을 막고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판테놀은 손상된 피부 회복을 촉진한다. 글리세린과 히알루론산은 외부의 수분을 끌어당겨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
일반적인 각질은 하얗게 일어나지만 심한 가려움이나 진물은 없다. 반면에 건선·지루피부염·아토피 피부염에서의 각질은 경계가 뚜렷하고 겹겹이 쌓이거나 붉은 염증이 동반된다. 임 원장은 “보습을 해도 각질이 비늘처럼 생기거나 진물·발적이 보이면 피부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두피 각질은 피부 건조보다는 곰팡이, 염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피부 영양소 두부·견과류 챙겨 먹어야
두피에는 헤어 제품의 잔여물과 죽은 각질 세포, 피지가 쌓이기 쉽다. 연화제 성분이 든 샴푸로 노폐물을 제거해 두피가 숨 쉬도록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모공이 막히면 각질 탈락 주기가 어긋나 두피 환경이 악화한다.
당뇨병, 간·신장 질환자는 혈액순환 저하와 호르몬 불균형으로 피부 재생력이 떨어져 각질이 쉽게 발생한다. 이 경우 각질과 이로 인한 가려움증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인 질환을 조절하면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약을 함께 먹는 것이 도움 된다.
피부는 영양 상태를 빠르게 드러낸다. 각질이 잘 일고 입술이 잘 트며 입가가 수시로 갈라지는 건 비타민 B군, 아연, 철분 같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질 재생과 피지 분비, 상처 회복에 관여한다. 하루 세끼 식사에서 단백질(두부·달걀·소간), 해산물(굴·새우·해조류), 채소(시금치·브로콜리), 견과류·콩류를 고루 챙기면 피부 각질층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