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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대답?…공식 반응 안한 채 최선희, 이미 어제 러시아로 출국

중앙일보

2025.10.26 19:37 2025.10.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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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7일 "러시아 연방 외무성과 벨라루스 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러시아 연방과 벨라루스 공화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예고한 대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을 위해 26일 평양을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 제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최선희가 전날 전용기로 평양을 떠났으며,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통신은 전날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러시아연방과 벨라루스를 방문하게 된다"고 전했는데, 해당 일정을 발표한 직후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의 출국 소식은 이날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에도 출국장에서 환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실렸다. 통신은 관련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부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26일부터 28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실무 방문을 진행하고 28일부터 이틀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리는 유라시안 안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라시안 안보 회의 참석 후 귀국 일정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29~30일)에 맞춰 최선희가 귀국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 전에 잡혔을 가능성이 크지만, 돌발 상황에도 변경 없이 일정을 소화하기로 한 건 김정은이 당장은 북·미 회담보다는 북·러 밀착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가 물밑 접촉 내지 실무 협의를 통해 만남을 타진하고 있다면 최선희가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북한이 최선희의 러시아 방문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건 북·미보다 러시아 쪽을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공개하거나, 그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즉답은 하지 않으며 우회적으로 거부하는 식으로 여지를 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양국이 특별한 의제를 설정하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만나는 데 마지막 순간에라도 극적으로 동의한다면, 최선희가 굳이 배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와의 회동에서 돌발적으로 비핵화 압박을 받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그런 부담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며 "양측 입장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장면이 담긴 사진만으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깜짝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대리로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가 임명됐다고 밝혔다. 한국계인 김 대사대리는 국무부에서 일본, 한국, 몽골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고 트럼프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당시에는 직접 대북 접촉을 하는 등 관련 실무를 맡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보좌했다.



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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