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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굶고 편의점서 음식 훔친 50대…경찰이 사비 털어 한 일

중앙일보

2025.10.26 20:39 2025.10.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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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가까이 굶다가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훔친 50대에게 경찰이 사비를 털어 영양 수액을 맞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2시 30분쯤 청주시 오창읍의 한 편의점에서 50대 A씨가 5만원 상당의 식료품 등에 대한 값을 치르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A씨는 계산대에서 편의점 직원 B씨(50대)에게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그는 입고 있던 재킷을 열어 품에 있던 과도를 보여준 뒤 아무 말 없이 봉투에 담긴 식료품 등을 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선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5일 오전 9시 35분쯤 인근 원룸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그는 심하게 야윈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형사들이 부축하자 그대로 주저앉을 만큼 기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들은 우선 A씨에게 죽을 사 먹였고, 병원으로 이동해 사비를 털어 영양 수액을 맞게 했다.

이후 A씨 가족이 인계를 거부하자 마트에서 계란과 햇반, 라면 등 식자재를 사준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검거 당시 형사들에게 "열흘 가까이 굶어 너무 배가 고팠다"며 "사람을 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지난 7월 이후 일거리가 끊기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나 연체로 통장마저 압류된 상태였다.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각종 복지제도의 존재 자체를 몰라 신청하지도 못했다.

경찰은 당초 A씨가 흉기를 동원해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다. 하지만 A씨에게 전과가 없고 극심한 생활고로 범행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A씨를 데리고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기초수급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대상자 선정 심사를 받는 3개월 동안 매달 76만원의 임시 생계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청주시는 A씨의 구직 활동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예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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