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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 용? 개천서 용만 쓰는 시대…국민 열 중 셋 7년째 최빈곤층

중앙일보

2025.10.27 01:23 2025.10.2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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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전유리]
일해서 번 돈이 하위 20%인 국민 10명 중 3명은 7년째 소득 빈곤층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금(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아 어려운 처지에 머무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2023년 기준 1년 전보다 벌이가 좋아져 소득 분위가 상승한 국민도 100명 중 17명(17.3%)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2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소득 분위가 올라가거나 내려간 비율(소득 이동성)은 34.1%로 집계됐다. 2020년 35.8%를 기록한 이후 3년 내리 하락세다. 관련 통계가 확인된 2017년 이후 최저치다.

소득 수준에 따라 같은 비율(20%, 5개 분위 기준)로 계층을 나눈 걸 소득 분위라고 한다. 소득 이동성이 낮아졌다는 건 한 해 전과 비교해 소득 수준이 달라진 사람 비율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해 소득 변화가 많은 청년층(15~39세) 인구가 줄고, 대신 소득이 줄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큰 노년층(65세 이상)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2022년(2.7%)에서 2023년(1.6%)으로 낮아지는 등 경기가 둔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경민 기자


2023년 소득을 기준으로 상향 이동한 사람(17.3%)이 하향 이동한 사람(16.8%)보다 소폭 많았다. 소득 이동성 자체가 떨어지다 보니 둘 다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자인 1분위(하위 20%)의 탈출률은 29.9%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1%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저소득자 10명 중 3명만이 소득 상향 이동을 했다는 뜻이다. 고소득자인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 유지율은 85.9%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았다.

2017년 이후 7년째 소득 1분위 중 27.8%가 해당 분위를 탈출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 중 절반 이상(59.3%)은 그 자리를 지켰다. 최바울 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통상 1ㆍ5분위는 위ㆍ아래 한 방향으로만 소득 이동을 하기 때문에 유지율이 높다”면서도 “지속적으로 1분위에 남아 있는 이들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 이동이 활발한 청년층도 저소득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소득 1분위 10명 중 6명은 1년 후에도 해당 분위에 계속 머물렀다. 1분위 탈출률이 38.4%로 전년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청년층은 상향 이동(23.0%)이 하향 이동(17.4%)보다 많았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처음 공표한 소득 이동 통계는 데이터처의 인구주택총조사 등록 센서스와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만들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처럼 특정 시점의 소득분배 상황이 아니라 7년간 같은 표본(약 1100만 명)을 분석한 ‘종단 자료’라 개인 단위의 사회 이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금ㆍ임대 소득 등을 제외한 개인의 근로ㆍ사업 소득만을 기준으로 하는 지표라 ‘계층 사다리’ 이동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최 실장은 “소득이동통계가 국제화되어 있진 않다 보니 적정 수준을 알기 어렵지만 30%대 정도면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며 “소득 이동성이 10%도 안 된다면 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고, 반대로 40~50% 수준이라면 해고가 너무 많다든지 불안정한 사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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