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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레이시아 FTA 최종 타결…한국의 27번째 FTA

중앙일보

2025.10.27 01:54 2025.10.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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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컨벤션센터(KLCC)에서 틍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한-말레이시아 FTA 타결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며 협상 타결을 공식화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의 27번째 FTA이자, 아세안 국가 중 여섯 번째(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필리핀) 양자 협정이다.

한국은 이미 말레이시아와 한-아세안 FTA(2007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022년)을 맺고 있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개방 수준은 낮았다. 산업부는 “이번 양자 FTA는 기존 협정보다 폭넓은 개방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보완하는 전략적 보완협정”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협상이 시작됐으나 중단됐다가, 지난해 3월 재개돼 6차례 공식협상을 거쳐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됐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은 전체 품목의 94.8%(수입액 기준 98.7%), 말레이시아는 92.7%(95.3%)를 자유화한다. 말레이시아가 682개, 한국이 288개 품목의 추가 자유화를 약속했다. 관세 인상 금지 조항도 명문화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개방 폭이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다. 말레이시아는 전기차 조립(CKD) 세단·SUV의 10% 관세를 철폐하고, 완성형 전기 SUV(관세 30%)는 50% 감축하기로 했다. 가솔린·하이브리드 차량의 CKD 부품 관세도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EV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한국산 전기차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철강 부문은 냉연·도금제품의 5% 관세를 철폐하고, 열연 등 일부 품목의 15% 관세를 10%로 낮춘다.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한국산 철강은 전 품목 무관세가 적용되고, 제3국과의 비차별 원칙(MFN)도 명문화됐다. 이번 협정에는 원산지 규정 완화 조치도 포함됐다. 자동차 부품, 배터리, 화장품 등 주요 품목에서 역외산 재료 사용 범위를 확대해 특혜관세 적용이 쉬워졌다.

신설된 ‘녹색경제’ 챕터에는 청정·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순환경제, 녹색표준 등 7개 협력 분야가 포함됐다. 산업부는 “아세안 내 녹색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처음으로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연 240억~270억 달러(약 34조~39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말레이시아 수출은 104억 달러, 수입은 140억 달러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이번 FTA를 계기로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수출 확대와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정 발효를 위해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다. 기업들은 품목별 원산지 충족 전략을 사전에 검토하고, 말레이시아의 현지 인센티브·부품 국산화 요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여한구 본부장은 “불안정한 통상환경 속에서 수출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FTA는 주력 제조업의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디지털·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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