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족집게’로 불리는 댄 아이브스 미국 웨드부시증권 글로벌기술리서치 총괄은 한국의 ‘코스피 4000’ 달성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인공지능(AI)·테크 산업 집중 정책이 증시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소였다”며 “한국의 AI 혁명(AI revolution)이 이어질 경우 ‘K실리콘밸리’가 향후 5~10년 안에 현재의 미국 실리콘밸리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브스 총괄은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한국 정부가 AI 혁명과 기술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 덕분에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혁명에서 가장 앞자리에 앉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 ‘AI 낙관론자’인 그는 이날 하나증권의 투자자초청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다만 한국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관료주의(red tape, 형식주의) 타파’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브스 총괄은 “역사적으로 혁신을 일궈왔던 구글도 조직이 커지고 관료주의적으로 변하면서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도하는 AI 혁명의 큰 자리를 잃지 않았느냐”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관료주의와 기업가정신 부족이 대기업들의 혁신을 끌어내리고 있는데, 이를 타파해야 큰 성장을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인력 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강력한 벤처캐피탈 자금이 필요하다.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이 미국에 상장하거나 미국의 증권예탁증서(ADR)를 발행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며 “한국에서 성장한 기술과 인재가 한국시장에 기여하는 대신 성장의 과실을 미국에 넘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한국 출신 창업자들을 실리콘밸리, 오스틴 등에서 만났다. 이들은 미국에서 5~10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을 떠나왔다”며 “혁신과 인재를 한국에 머물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반도체와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AI 혁명의 많은 기회는 소프트웨어 혁신에 있을 거다.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브스 총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AI 혁명 국면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수퍼사이클(반도체 초호황기)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한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섰던 경우가 많았지만, AI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핵심인 갤럭시폰을 기반으로 AI 관련 수익을 만들어내는 등 많은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AI 이니셔티브(주도권)와 자율주행분야에서도 야망을 가지고 있다”며 “한화그룹도 글로벌영역에 올라설 수 있는 최고의 후보”라고 각각 평가했다.
(👉댄 아이브스의 ‘AI 혁명 속 투자 전망’에 대해선 29일 오전 5시 발행될 더중앙플러스 ‘머니랩’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