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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관세협상 쟁점 여전”…베센트 “타결? 아직 아니다”

중앙일보

2025.10.27 09:13 2025.10.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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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한국과의 무역협정 타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시아 순방 일정을 동행 중인 베센트 재무장관은 27일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협상이 정상회담(29일) 중에 타결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I think not quite)”고 답했다. 다만 그는 “세부 사항을 많이 조정해야 할 뿐이며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면서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전체적인 틀은 잡혔고 이제 세부 사항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라는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미국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이날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향후 8년간 매년 250억 달러씩 2000억 달러를 직접 현금 투자로 집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연 150억 달러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하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 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담판 합의는 어느 정도 이견이 좁혀진 상태에서 가능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두 대통령의 오찬, 정상회담 일정도 긴 편은 아니라서 담판은 쉽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관세 관련 양해각서(MOU)나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못하더라도, 현재까지 합의된 내용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팩트시트(설명자료) 형태 등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 중이다.

다만, 극적인 막판 협상 타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오현주 차장은 “노딜(no deal·협상 결렬)이라는 건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며 “마지막까지 협상단은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여론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상호관세율 19%)·베트남(20%) 등과의 무역 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불발’이라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양국이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이번 회담을 그냥 넘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성민.한지혜.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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