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30일 한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미·중 양쪽 모두 “(협상안) 합의에 도달했다”는 강한 신호를 발신했다. 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 지수 역시 각각 사상 처음으로 4000선과 5만 선을 돌파하며 증시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 NBC 인터뷰에서 “미·중은 양국 정상들이 논의할 수 있는 틀(프레임워크)을 마련했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상하지 않는다. 또 우리는 중국이 논의했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해 일종의 유예 조치를 얻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부과하겠다고 한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일정기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역시 협상 타결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6일 “양국이 중요 경제무역 문제를 중심으로, 솔직하고 깊이 있으며 건설적인 교류와 협의를 진행해 각자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인민일보도 27일 “협상의 성과를 어렵게 얻었다. 양국이 함께 지킬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한때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지난 5월부터 협상에 들어가며 실행을 유예했다. 잠정 휴전 기간 중에도 미·중은 수출 통제 등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휴전의 실마리는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센트 장관과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만나면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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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 “미 농가, 협정 만족할 것”
…중국, 대두 수입금지 풀 듯
미국은 중국에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와 펜타닐 제조 및 유통 단속의 실질적 강화,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에 초고율 관세 철회, 첨단 기술 및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 완화,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결단은 3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내려진다. 회담 장소로는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 혹은 경주가 거론되고 있다. 두 나라 정부의 유화적 메시지를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베센트 장관이 미 CBS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두 재배) 농가들이 이번 협정에 매우 만족하게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한 만큼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금지령부터 해제될 공산이 크다.
양국이 화해 분위기에 들어간 건 ‘100% 추가 관세’(미국)와 ‘희토류 수출 통제’(중국) 등 초강수를 단행할 경우 닥칠 후폭풍이 크고,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방문 이후 일본에서 2박3일을 보낸 뒤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며, 시 주석은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참석 차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두 정상이 30일 한국에서 대좌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