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국존엄사협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70대 난소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도 조력사망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곧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스위스로 가는 방법을 물었죠.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조력사망 기관 ‘디그니타스’에 대해 묻는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고, 고통에 쫓기듯 떨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최다혜 대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어머님, 스위스로 가시려면 남편분이 동행하셔야 하는데요. 그럴 경우 남편분이 자살방조죄로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 그럼 저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통증을 제발 끝내고 싶은데요. "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거나 신체적 통증이 극심한 환자가 의사의 처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한국에선 불법이기 때문에, 조력사망을 원하는 이들은 외국인에게 문이 열려 있는 유일한 나라, 스위스로 향합니다. 동행인이 자살방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채 말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82%가 조력사망 제도 도입에 찬성합니다. 최근 드라마 ‘은중과 상연’(넷플릭스), ‘메리 킬즈 피플’(MBC) 등에서 조력사망의 구체적인 과정이 알려지기도 했죠.
지난해 12월 기준, 디그니타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은 8명, 등록된 회원은 138명입니다. 최 대표는 인터뷰 당일에만 “스위스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묻는 문의 전화를 두 통 받았다고 했습니다. 조력 사망을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조력 사망을 원한다고, 스위스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어떤 절차와 조건이 필요할까요?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블루하우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최다혜 대표 역시 아버지와 친척 오빠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최 대표의 사연부터, 조력사망을 둘러싼 여러 논쟁까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