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연일 핵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핵추진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6일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실험이 완료됐다고 밝힌 지 사흘만이다.
타스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 부상을 입은 군인들과 만나 “어제 핵추진 시설을 이용해 포세이돈을 실험했다”며 “우리는 포세이돈을 운반 잠수함에서 발사했을 뿐만 아니라 포세이돈이 일정 시간 핵추진 장치로 기동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속도와 이동 깊이 측면에서 포세이돈에 견줄만한 것은 없다”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포세이돈이 ‘사르마트’의 위력을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사르마트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SS-X-29 또는 사탄2로 불리기도 한다. 사르마트는 한 번에 10∼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가 1만8000㎞에 달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무기다. 푸틴 대통령은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6일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타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부레베스트니크의 결정적 실험이 완료됐다”며 “우리의 핵 억지력 현대성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배치에 필요한 기반 시설 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군 당국은 부레베스트니크가 시험 발사에서 약 15시간 동안 비행하며 최소 1만4000㎞를 성공적으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엔 전략핵전력 훈련도 감독했다.
연속된 러시아의 핵전력 과시 뒤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협상력 강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서방 언론은 분석한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세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러시아 전력을 평가절하했는데, 핵전력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임을 공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확고한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라 평가했다.
러시아의 핵전력 과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공전하는 가운데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전화 통화한 뒤 2주 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