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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피해자" "정치가 갈등 키워"…성평등부 첫 토크콘서트

중앙일보

2025.10.3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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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제1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청년 참가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 성평등가족부
"남성들이 말하는 역차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군 복무만 얘기하는데, 다른 사례는 없을까요?" (30대 여성)

"친한 친구 두 명을 산업재해와 군 사고로 잃었습니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건 남성입니다. 차별이 맞고 구조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성차별 관점이 아니라 노동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30대 남성)



"남성도 피해자" vs "여성 차별 여전"…2030, 성평등 맞토론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주최 '제1차 성평등 콘서트 소다팝'에서 오간 대화다. 2030 청년 21명이 모여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로 상징되는 성별 인식격차 해소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이 행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특정 영역에선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당하는 측면도 있다"(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며 남성 차별 인식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첫번째 주제인 '성별 불균형 경험 공유'에서는 여성 가산점제를 둘러싼 남성 참가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30대 남성 A씨는 "여성 창작자가 제작에 참여하면 가점을 주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성평등 지수' 제도가 정말 성평등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라며 "영화뿐 아니라 여러 여성 가산점제에 통용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B씨도 "여성이 차별받는 직군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간호사·교사·승무원처럼 남성이 차별받는 직군도 있다"며 "여성 가산점제의 존치 여부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직접 겪은 성차별 경험을 토로했다. 30대 여성 C씨는 "남초 회사에 다닐 때 남자 동기들과 같은 능력을 갖추고도 현장 배치를 받지 못하고 전화 업무만 맡았다"고 털어놨다. 30대 D씨는 "보건행정학과를 졸업했는데 학생회장은 예비역 남성만 맡을 수 있었다"며 "여성이 접하는 성차별은 결코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두번째 주제인 '사회 전반의 성별 인식격차 진단'에선 SNS와 기성세대·정치권을 향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20대 여대생 E씨는 "SNS를 보면 남녀 편 가르기 싸움이 잦다. 갈등이 커질수록 알고리즘이 이를 증폭시켜 같은 세대끼리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A씨는 "남녀 갈등은 기성 시대가 만든 폭력 구조의 산물"이라며 "남성이 이 구조를 만든 게 아니다. 우리도 이 위에 어쩌다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F씨는 "군 문제에서 희생을 강요당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이런 불만을) 혐오 표현으로 소비해 갈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공존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30대 여성), "성평등은 한쪽 성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과정"(20대 남성) 등 공감과 이해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잇따랐다. 성평등부는 지난 9월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부로 확대·개편된 뒤 성형평성기획과를 신설하고 2030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를 포함해 청년 세대의 성별 인식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토크콘서트를 네 차례 더 진행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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