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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미들딜…트럼프∙시진핑, 갈등만 싸맸다

중앙일보

2025.10.30 01:27 2025.10.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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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를 각각 겨냥했던 관세 인상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카드를 잠시 거둬들이기로 뜻을 모았다. ‘빅딜’이라고 보기엔 부족하지만 ‘스몰딜’보다는 큰 합의다.

양국 정상은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확전 자제를 확인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하던 펜타닐 관세 20%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11월부터 부과하겠다던 100% 추가 관세 역시 철회됐다. 이로써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평균 관세는 기존 55~57%에서 45~47%로 인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의 성사를 놓고 미·중은 실무부터 정상 단계까지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양국은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5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해당 합의안의 틀을 잡은 뒤 세부안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랜 친구이자, 매우 훌륭하고 존경받는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중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도 “여러 바람과 파도,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우리는 미·중 관계라는 거대한 배의 키를 잡고 안정적으로 전진해야 한다”며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세계 여러 현안에 관심이 지대하다”며 가자지구 휴전, 태국·캄보디아 국경 협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언급했다. 분쟁 지역의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맞춤형 찬사를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발언 후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개별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시 주석을 배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후 한국을 떠나며 전용기 탑승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위대한 지도자와 아주 많은 결정을 내려 더 결정할 게 없을 정도”라면서다. 회담이 끝난 뒤 곧바로 전용기에 올라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안에 언제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곧 할 것”이라며 “큰 걸림돌이 별로 없다”고 답했다.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문제가 정리됐다”며 “1년 유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주 일상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펜타닐 관세 인하를 놓고서는 중국의 추가 조치를 신뢰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류 원료로 사용되는 펜타닐 공급처로 중국을 지목하고 통제 조치를 촉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과 관련된 모든 규정의 국내 집행을 중국이 강하게 하기로 했다”며 “중국이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대응 조치로 중국이 지난 5월부터 실시한 미국산 대두 수입 제한 역시 풀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두와 다른 농산물을 막대한 규모로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전날(29일) “중국 국영 곡물기업이 최근 미국산 대두 18만t을 구매했다”며 “올해 가을 수확된 미국산 대두를 중국이 구매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엔비디아 등 미국산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내 공급 허용에 대해선 논의가 부분적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제 막 나온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 수출 완화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중국이 엔비디아와 협의해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일종의 중재자, 심판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는 깊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담에 앞선 사진촬영 중 취재진으로부터 대만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안내하며 곧 자리를 뜨기도 했다. 중국과 갈등 봉합에 이번 회담의 방점을 찍은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의제는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이 위기를 피하려고 단기적인 안정화 조치만을 취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에 가고 시 주석은 그 이후 어느 시점에 플로리다가 됐든, 워싱턴 DC가 됐든 (미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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