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30일 부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 대해 외신들은 양국이 대좌를 통해 무역전쟁의 긴장은 낮췄지만, 해결이 필요한 일부 과제는 여전히 남겨놨다고 평가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번 회담이 양국 간 무역전쟁의 온도를 낮췄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약 1시간 40분간 이뤄진 회담에서 미국은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는 1년간 유예하고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하는 등 합의를 이뤘다.
WP는 "(합의 내용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어조는 불안정한 무역전쟁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P는 "지도자들의 주요 현안 중 일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문제, 중국의 실질적인 미국산 대두 구매량 등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서치 회사인 트리비움 차이나의 농업전문가 이븐 페이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미국 농가에는 희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대두 구매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무역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낮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판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협상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에 넘겨놓은 상태다.
대중 관세 역시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 초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진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전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기술, 국방, 인권, 경제 문제 등 근본적인 갈등 요소로 인해 양국 관계는 여전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역시 "미국과 중국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훨씬 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분리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미중이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깨지기 쉬운 휴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거래로 양측이 숨 쉴 여유를 얻긴 했지만, 이런 '전술적 데탕트' 조차 불완전하다고 짚으면서 이번 회담은 "대규모 재편 아닌 전술적 휴전"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또 이번 합의가 미국이 원하는 것과 중국이 주려고 하는 것 사이의 근본적인 불일치를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주요 쟁점들, 즉 중국의 산업 정책, 제조업 과잉 생산,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 등은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미 CNN 방송은 이번 협상을 '시 주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양보'라 부르며 '위험 신호들'로 채워져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외견상으로는 관세로 위축됐던 양국 무역을 어느 정도 되살릴 수 있는 유망한 협상이라면서도, 관세 인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있어 상당한 도박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시 주석과 직접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의 요구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는 협상과 결렬을 반복했던 역사가 입증하듯,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양보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번 합의가 지난 몇 달간 미국과 중국 간 지속된 무역의 벼랑 끝 전술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양국 경제 경쟁의 핵심 쟁점을 다루는 포괄적 합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투자, 미국산 대두 구매, 틱톡 매각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러시아산 원유 구입 중단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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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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