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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선언 아닌 정전협정…미·중 '부산 빅딜' 오래 못갈 것"

중앙일보

2025.10.30 21:56 2025.10.3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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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인근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긴장 완화 필요성에 따른 일시적인 ‘휴전 협정’과 같다. 구조적 갈등이 해결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평화 조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30일 미ㆍ중 정상의 ‘부산 담판’ 결과를 놓고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미국 외교안보ㆍ통상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관세폭탄 철회와 희토류 수출을 맞바꾸며 당장의 충돌을 피했지만 근본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은 내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했던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 긴장 해소에 일단 공감대 형성”

이런 결과를 놓고는 일단 양국 모두 극한 충돌이 부를 경제적 파국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전략 경쟁국 간 긴장을 해소하고 무역 분쟁을 더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컨설팅 기업 DGA그룹의 태미 오버비 정부관계담당 파트너는 “양국이 당분간 에스컬레이션을 피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양측의 긴장 완화 노력은 미ㆍ중 양국뿐 아니라 경제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전 세계에 상당히 고무적인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도 논평을 통해 “트럼프ㆍ시진핑 회담은 최근 양국이 취해 온 긴장 고조 행보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양자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 주요 내용


“무역전쟁 파국 피하기 위한 정전협정”

하지만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고 양국 간 긴장이 곧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대니얼 슈나이더 스탠퍼드대 국제정책ㆍ동아시아학 교수는 “이번 합의는 무역 전쟁 도중 맺은 ‘정전 협정’이 맞을 것”이라며 “양국 모두 경제적 피해를 의식해 잠시 휴전을 택했지만 근본적 쟁점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매우 가까운 시기 내에 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봤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ㆍ중 양국 간에서 여전히 상당한 불신과 전략적 경쟁이 존재하며 상호 간에 만족스러운 공존 방식을 찾을 거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커틀러 부소장 역시 “과잉 생산과 과도한 정부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등 양국 경제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는 거의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번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NYT “쉽게 무효화 가능” 우려

미 현지 언론의 분석도 비슷한 기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는 갈등이 심화하던 미ㆍ중 관계에 최소한 일시적인 안정기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어느 한쪽의 합의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로 쉽게 무효화할 수 있다. 최종 (문서 형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긴장 완화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세 번째)이 부산 김해국제공항 인근 나래마루에서 양국 정부 대표단이 참여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고 말했지만 미ㆍ중 간 근본적 갈등 요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향후 수년간 무역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로 친근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중국의 무역 흑자 및 산업 보조금, 양국 간 첨단기술 패권 경쟁 등 대립의 근본 원인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분석이다.




블룸버그 “중국 위상 강화 뚜렷”

중국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우려도 감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체결된 1년간의 휴전에서 양측은 전략적 분야에서 상호 의존도를 더 낮추기 위한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며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이후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강화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중국이 일부 양보했지만 중국의 위협이 미국이 취한 일련의 (대중국) 제한 조치들을 후퇴시킨 것이 분명한 역학 관계”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ㆍ중 무역 분쟁 국면에서 유독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ㆍ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뜻)가 잦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으로 중국을 압박하다가 금융시장 불안과 중국 보복에 직면하면 곧바로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은 실질적인 양보 없이 시간을 벌었고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위협은 점점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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