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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회담 돌연 취소…배경엔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

중앙일보

2025.10.31 09:17 2025.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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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회담이 돌연 취소된 배경에는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한 요구가 담긴 외교 문서를 받은 직후 부다페스트 회담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통화를 통해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일주일 뒤인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만남의 의미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취소를 선언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에 전달한 공문에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영토 포기 ▷우크라이나군의 대폭 감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영구 포기 보장 등 기존의 강경한 조건을 고수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주장해온 ‘현 전선 동결을 기반으로 한 협상’과는 정반대 입장이었다.

이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통화에서도 진전은 없었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가 협상 의지가 전혀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며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또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 전선에서의 전과를 자랑하며 미국 측을 불쾌하게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양보하라고 압박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 전까지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거리 2500㎞의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일시 보류했지만, 러시아의 비타협적 태도에 결국 대화를 접었다. 이후 미 재무부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며 루코일·로스네프트 등 주요 석유기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러시아는 “회담은 최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주장하며 여지를 남겼다. 백악관도 “완전한 결렬은 아니다”라고 밝혀, 추후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과 장소에서 러시아 측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은 “라브로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통화 내용을 보면 신문 보도와는 전혀 다른 평가가 있다”며 FT 보도에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지난 8월부터 9M729 미사일을 23차례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2019년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촉발한 무기로, 미·러 간 긴장을 다시 높이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모든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관련 언급을 피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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