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극적인 모습이다.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 등 주요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잇달아 고전하자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로,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트럼프는 2025년 선거에 자신감이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핵심 경합주 유세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일부 공화당 후보들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다음 화요일 본 선거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선거 마지막 주말에도 불구하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직 버지니아주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한 제이슨 마이야레스 현 주법무장관에 대해서만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마이야레스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후보 중 유일하게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소극적인 행보는 뉴욕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33) 민주당 후보를 겁박해온 과거 행보와 대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 “맘다니가 당선되면 뉴욕시의 연방자금 지원을 끊겠다”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불법체류자”란 음모론까지 언급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는 7세 때인 1998년부터 뉴욕에 거주했고, 2018년 미국으로 귀화했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민주당의 우세속와 공화당의 패배가 예측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30일 에머슨대 조사에 따르면 맘다니는 50%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무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25%),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 후보(21%)를 제쳤다. 29일 발표된 마리스트 여론조사와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도 각각 48%와 43%의 지지율로 1위를 예측했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마친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맘다니의 승리가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일간 총 58만 명이 넘는 투표자가 참여했다고 한다.
아울러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지원엔 켄터키의 앤디 버시어, 메릴랜드의 웨스 무어, 일리노이의 JB 프리츠커,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셔피로, 미시간의 그레천 휘트머 등 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대거 나선 상태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은 패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해석된다. 선거 승리 등 성과가 있을 경우 마지막 순간에 개입해서라도 자기 공으로 돌리려는 경향을 보여온 그의 특성상,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WP는 “‘질 것이 뻔한 후보’를 앞세워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짚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모습이다. 오바마는 최근 맘다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이후에도 조언자가 되어주겠다”고 격려했다고 NYT가 전했다. 민주당의 승리가 예측된 뉴저지와 버지니아주의 민주당 후보 유세에도 동참했다고 한다. 그는 1일 버지니아 노퍽 유세 현장에서 “이 백악관은 매일 무법과 무모함, 심술궂음, 그리고 그냥 순전한 광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의 방향을 가를 시험대”라며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