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챔피언 자매로 유명한 고지원(21)이 2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끝난 S-OIL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15언더파의 서교림(19)을 제치고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았다.
이로써 고지원은 올 시즌 2승째를 거두며 다승자 반열로 올라섰다. 지난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뒤 똑같이 고향 제주에서 웃으며 KLPGA 투어의 숨은 강호로 올라섰다.
고지원은 언니 고지우(23)의 친동생으로 유명하다. 앞서 2022년 데뷔한 고지우는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매년 1승씩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공격적인 플레이로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2023년 데뷔한 고지원도 빠르게 우승 갈증을 풀었다. 올 시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S-OIL 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하면서 한라산 코스에서 유독 강한 ‘한라산 폭격기’가 됐다.
이날 경기는 나란히 삼천리 모자를 쓴 고지원과 서교림, 유현조(20)의 챔피언조 격돌로 화제를 모았다. 전날 3라운드를 마친 뒤 “경계대상을 쉽게 꼽지 못하겠다. 최근 컨디션이 모두 좋아서 만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 고지원. 동생들보다 3타 앞선 채 출발한 고지원은 초반부터 빠르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 버디 4개로 격차를 유지했다.
후반 들어 버디가 나오지 않던 고지원은 13번 홀(파4)과 15번 홀(파5)에서 쐐기를 박았다. 13번 홀에선 50m짜리 어프로치를 컵 바로 옆으로 붙여 버디를 잡았고, 14번 홀에선 투 온 공략으로 1타를 줄였다. 이어진 파4 15번 홀에서 1타를 잃었지만, 서교림과의 격차가 이미 3타로 벌어진 상황이라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올해 루키 서교림은 올 시즌 두 번째 준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재차 알렸다. 현재 신인상 포인트 1위로 남은 최종전에서 신인왕 확정을 노린다. 이날 1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8위를 기록한 지난해 신인왕 유현조는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대상 수상을 확정했다. 신인왕 수상자의 이듬해 대상 수상은 역대 7번째다.
고지원은 “바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했다”면서 “다른 분들이 나를 보고 ‘제주의 딸’이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듯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언니는 이번 대회에서 기권해서 많이 속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언니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만 생각하라’고 해줬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