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기력이 추락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부 기강까지 흔들리고 있다. 첼시전 패배 직후 발생한 ‘무시 사건’은 그야말로 자존심이 무너진 구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토트넘은 2일(한국 시각)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에서 첼시에게 0-1로 패했다. 온종일 슈팅 3개에 그치는 답답한 경기력. 홈 팬들은 탄식을 쏟아냈고, 프랑크 감독은 분명 선수들에게 따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순간,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부주장 미키 판 더 펜(24)과 풀백 제드 스펜스(25)가 프랑크 감독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라커룸으로 직행한 것. 현장 팬이 촬영한 영상 속 두 선수는 감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프랑크 감독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멈칫했고, 난감한 표정으로 다른 선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짧은 순간, 토트넘의 무너진 위계질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는 더 심각하다. 판 더 펜은 이번 시즌 새롭게 임명된 ‘부주장’이다. 주장 로메로를 보좌하는 핵심 리더 그룹이며, 로메로가 부상으로 빠진 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뛰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감독을 무시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이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 시스템 자체에 균열이 생겼다는 뜻이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했다. “둘 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별로인 선수들이었다”며 “실점 상황도 책임이 있는데 끝나고 저런 행동까지? 역겹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팬은 “판 더 펜이 다시 주장 완장을 차는 것만 봐도 토트넘은 끝이다”라고 못 박았다. 스펜스 역시 “어린애처럼 행동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 장면이 더욱 대비된 이유는 ‘손흥민의 존재감’ 때문이다.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을 때, 토트넘은 경기력이 흔들려도 팀 내부 잡음은 전혀 없었다. 손흥민 특유의 밝은 리더십과 선수단 간 신뢰가 팀을 지탱했다. 실제로 판 더 펜과 스펜스는 손흥민을 공개적으로 존중했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떠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토트넘은 서로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구단 구조도 크게 변했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 체제가 시작됐고, 10년 넘게 구단을 이끌던 다니엘 레비 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팀의 상징이었던 손흥민, 구단의 중심이었던 레비, 그리고 이제 새 감독. 모든 축이 한꺼번에 바뀐 혼란 속에서, 구단 기강마저 붕괴 직전인 셈이다.
토트넘은 ‘성적 부진’보다 더 무서운 문제와 마주했다. 바로 ‘리더십 부재’다.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하고, 선수는 책임의식 없이 행동한다면 팀은 더 이상 조직이 아니라 개인들의 모임에 불과하다. 지금의 토트넘이 딱 그렇다.
손흥민이 떠난 자리, 그 빈 공간이 단지 ‘득점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제서야 팬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팀을 하나로 묶던 중심축이 사라지자,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전술도, 성적도 아닌 ‘질서’였다. 토트넘은 지금,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팀 자체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라운드 안은 못해도, 라커룸만큼은 지켜왔던 팀.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최소한의 선도 무너졌다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