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안정성을 중시하던 운용 기조에서 벗어나,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3일 국민연금의 올해 6월 말 기준 기금운용 현황에 따르면, 총 적립금 1269조1355억 원 중 주식(국내·해외) 투자금은 635조5734억 원으로 전체 자산의 50.1%를 차지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 역사상 처음으로 주식 비중이 50%를 넘긴 것이다.
2015년 말 자산 구성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채권 비중은 56.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주식 비중은 32.2%에 그쳤다. 그러나 10년 만인 2025년 6월 현재 채권 비중은 33.0%로 낮아지고, 그 자리를 주식이 채웠다.
즉, 국민연금이 예금처럼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은 크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운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기금 수익률 제고 필요성이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지만 보험료를 납부할 인구는 줄어들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수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이유다.
특히 주식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다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전체 주식 비중 50.1% 가운데 국내 주식은 14.9%(189조 원), 해외 주식은 35.2%(446조 원)로 두 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한다. 첫째, 위험 분산 효과다. 12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국내 시장에만 묶어두는 것은 지나친 집중 투자이기 때문에, 해외로 투자처를 넓혀 경기 변동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다.
둘째, 국내 시장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완화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불리며, 매매 방향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정도였다. 해외 비중 확대는 이런 시장 왜곡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의 행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12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투자 방향 전환은 뉴욕·런던 등 주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50% 돌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이는 국민 노후자산 운용 패러다임의 전환이자, 한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