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SK하닉 곽노정 "메모리 점점 더 중요, 공급자 넘어 '크리에이터' 되겠다"

중앙일보

2025.11.03 00:24 2025.11.03 00: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메모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훈풍 속에 장중 사상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가 앞으로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 ‘메모리’에 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AI 시대에 필요한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3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행사 무대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가 그리는 새로운 비전과 기술’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그는 “안타깝게도 AI 성능 발전 속도가 프로세서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메모리 월(wall, 장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같은 AI 가속기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연산 프로세서와 데이터를 저장·전달하는 메모리반도체가 함께 작동하는데, 최근 메모리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GPU 연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해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전시장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3E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곽 CEO는 “이런 상황에서 메모리는 단순한 부품(컴포넌트) 아닌, 핵심 가치 제품(키 밸류 프로덕트)으로 떠올랐다”며 SK하이닉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SK하이닉스는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최적의 시점에 공급하는 ‘프로바이더(공급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왔는데 이제 그 역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프로바이더를 넘어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창조자)’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제품 공급만이 아니라 AI 연산 구조와 시스템 아키텍처 구축 단계부터 고객과 설계를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하겠단 의미다.

곽 CEO는 구체적인 메모리 솔루션으로 ▶커스텀 고대역폭메모리(HBM) ▶AI-D(D램) ▶AI-N(낸드) 등 세 가지 제품 방향성을 제시했다. 세 축 모두 그간 범용성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예컨대 커스텀 HBM은 HBM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에 고객이 원하는 GPU나 주문형반도체(ASIC) 일부 기능을 옮겨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도 영역을 더 세분화한 AI-D, AI-N 솔루션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한국이 메모리 분야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엔비디아 등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기업이 주목받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이 자칫하면 메모리를 공급하는 부품 조달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병목 현상이 나타나 메모리 역할론이 더 강해지고 있고, 메모리에 시스템반도체 기능을 일부 접목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HBM 로드맵도 발표했다. 2026년부터 ▶HBM4 16단 ▶HBM4E 8단·12단·16단 ▶커스텀 HBM4E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며 HBM5와 HBM5E는 2029년부터 2031년 사이에 선보일 계획이다. 곽 사장이 공식 자리에서 HBM5 등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주제로 한 세션 패널토의에 나선 김호식 SK하이닉스 메모리시스템 연구센터 부사장은 “HBM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HBM97까지 갈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그건 과한 것 같지만, HBM은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