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효과’에 힘입어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나란히 고점을 갈아치웠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8% 오른 4221.87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 4000선을 돌파한 지 5거래일 만에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79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개인투자자가 65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기관투자가는 장 초반 매도세를 보이다가 순매수로 전환해 1850억원을 사들이며 상승 흐름에 가세했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건 반도체 ‘투톱’이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0.91%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해 62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SK AI 서밋 2025’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로드맵을 공개하며 투자 심리를 키웠다. 곽 CEO는 “AI 컴퓨팅의 공동 설계자이자 파트너로서 풀스택 AI 메모리를 창조하겠다”면서 ‘맞춤형 반도체’ 제조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HBM4 16단 ▶HBM4E 8단·12단·16단 ▶커스텀 HBM4E를 순차 출시하고, 2029년에서 2031년 사이 HBM5·HBM5E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3.35% 오른 11만1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처음으로 ‘11만전자’ 고지를 넘겼다.
앞서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애플과 아마존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뉴욕 증시를 밀어올리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밝힌 것도 반도체 랠리에 영향을 미쳤다. 젠슨 황 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 방한해 “우리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두 회사가 다 필요하다”며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공급을 약속하는 등 ‘엔비디아 동맹’ 강화가 코스피에 호재로 작용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증권가는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28조원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 84만원을 제시했다. SK증권은 AI 산업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목표주가 100만원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산 기업들도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79%, 102.1% 증가하면서 두 종목 모두 6% 넘게 올랐다. 업종별로는 전기장비(8.44%), IT서비스(5.95%), 반도체·반도체장비(5.78%), 에너지장비·서비스(4.94%)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ed) 내부에서 12월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매파·비둘기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PEC 이후 국내 증시에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칩 26만장 공급 발표 이후 데이터센터 확장과 파트너십 기대감이 코스피 강세를 주도했다”며 “코스피 4100선 이상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에 경계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