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中서 日 저가 식당체인 인기…"디플레이션이 호재"
'잃어버린 30년' 버텨낸 사이제리아·스시로 등 빠르게 확장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내수 위축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계속되는 중국에서 일본의 저가형 레스토랑 체인들이 인기를 끌며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무역환경 악화, 높은 청년실업률 등 경제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요식업계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사이제리아, 스시로, 토리키조쿠 같은 일본 식당들에선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사이제리아 지점에는 저녁 시간이면 학생부터 회사원, 가족 단위 손님들로 만석이다.
같은 지역의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 지점에는 오후 8시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손님은 "자리를 잡으러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일본 식당 체인은 원가 절감과 표준화된 운영방식으로 기본에 충실한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이를 무기로 일본의 1990년대 초 이후 장기 경기침체인 '잃어버린 수십 년'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중국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이제리아의 경우 블랙페퍼 쇠고기 토마토 파스타가 14위안(2천800원), 홍합 스튜는 22위안(4천400원), 닭다리살 구이는 19위안(3천800원)에 판매한다.
야키토리(일본식 닭 꼬치구이) 체인인 토키리조쿠의 상하이 지점은 일본과 동일한 균일가 시스템을 적용해 요리나 음료 1개당 18위안(3천600원)이다.
이들 식당에서는 100∼150위안(2만∼3만원)이면 테이블 가득 음식을 시킬 수 있다. 그에 비해 훠궈 식당의 경우 1인당 지출액이 100위안을 넘을 수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 속에 '가성비 있는 품격'을 바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가 일본 저가 레스토랑의 인기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홍콩 항셍대 경영학 강사인 데이비드 웡은 "경제성과 품격의 조합은 계속되는 경제 침체기에 있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그들은 비용을 아끼면서도 품위 있게 식사하기를 바란다"며 "중심부의 주방, 일본식의 세심한 공급망 관리, 표준화된 업무 흐름을 통해 이런 브랜드들은 비용 효율적 운영과 높은 고객 충성도 사이의 균형을 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광저우의 고급 레스토랑 투자자인 크리스탈 창은 "사이제리아의 경우 어려운 시기에도 서양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내가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그런 느낌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일본 저가 레스토랑들은 중국 내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사이제리아는 2035년까지 500곳에서 1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스시로의 모기업인 푸드앤라이프 컴퍼니즈도 내년까지 해외 지점을 현재 200곳에서 32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신규 매장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에 들어설 예정이다.
토키리조쿠 창업자 오쿠라 타다시는 지난 8월 상하이에 1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디플레이션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라멘 전문점 마치다 쇼텐도 2028년까지 해외 매장 수를 현재의 3배 수준인 1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중국에는 30∼50개 매장을 열고 일본보다 메뉴 가격을 10%가량 낮출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매장 수가 급증할 경우 수익과 품질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며,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일본식 저가 모델을 모방해 더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공격적 확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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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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