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베트남 여성의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베트남어였지만 감정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녀는 유부남인 상대가 결혼 사실을 속인 채 자신을 만났고, 원치 않는 신상정보와 사진 등을 무단으로 SNS에 공유했다고 했다. 해당 SNS 채팅방에는 1400~1700명의 참여자가 있었다. 이들은 그곳을
‘박제방’이라 불렀다. 신상을 공개적으로 박제한다는 의미다.
N씨(그는 N으로 시작하는 아이디를 썼다)가 처음 이 사실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신고한 건 지난해 9월 26일이다. 그는 “박제방에 몰래 들어가 그들의 대화를 지켜봤다”며
“신분증 등 인증을 거쳐 들어가야 하는 비밀 채팅방에서는 베트남 여성의 정보가 공유되고 심지어 누드사진도 올라온다”고 했다.
이후 10월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2차 신고가 진행됐다. 통역은 센터에 있는 베트남 직원이 맡았다. 당시 카카오톡으로 신고 상담과 화상 인터뷰를 담당한 남지 활동가는 현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다. 현장 조사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10일간 베트남 하노이와 박닌·하이퐁·다낭 등 4개 도시에서 이뤄졌다.
‘이팩트(이것이 팩트다)’ 취재팀은 남지 활동가를 직접 만나 해외 성매매 실태 전반을 취재했다. 신고 내용과 ‘박제방’ 대화 캡처, 베트남 실태 조사 상황 관련 설명도 들었다.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원정 성매매, 성범죄를 추적 관찰한 시민단체의 자료와 현지 취재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동남아 해외 원정 성매매의 실태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직접 확인한 박제방은 해외판 ‘N번방’ 그 자체였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 음담패설, 불법 사진과 영상, 성매매 정보 공유가 주된 대화 내용이었다. 인종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대화는 일상이었다.